불어난 빚 못갚겠다…하루 370명 법원행

개인회생 月8000건 육박, 파산은 3500건 이상
"개인도산 상담 건수 급증…신청 증가 예상"
  • 등록 2022-10-14 오전 5:30:00

    수정 2022-10-14 오전 7:37:08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1. 수년전 명예퇴직한 홍기훈(가명·57)씨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지인과 사업을 시작했다. 초반에 생각보다 잘 풀리자 사업자대출을 통해 추가 투자도 단행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타격에 일시적으로 운영자금이 바닥나면서 카드론, 제2금융권 대출까지 동원했다. 그나마 저금리 시기였기에 그렇게 버틸 수 있었지만 어느 새 부채는 13억원으로 불어났다. 홍씨가 보유한 재산은 8억원 짜리 집과 중형차 1대뿐이다. 올들어 금리가 뛰고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대출 원리금 상환이 어려워진 홍씨는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2. 결혼 전 내집마련이 꿈이었던 김지수씨(가명·31)는 3년전 1억원을 대출받아 수도권 소재 작은 빌라를 취득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를 잃고 부모님 수술비 등으로 그동안 모아둔 돈을 소진한 상태에서 금리가 뛰자 대출 원리금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김씨는 결국 채권자측으로부터 빌라 임의경매를 진행한다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하루 평균 370명이 법원에 개인도산(회생·파산) 절차를 신청하고 200건이 넘는 부동산이 경매에 넘어가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2일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작년 7월까지만 해도 연 0.5%였던 기준금리는 연 3.0%까지 치솟았다. 이에 시중금리가 빠르게 뒤따라 오르자 채무 상환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같은 추세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13일 대법원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2월 5952건, 3025건이었던 개인회생, 개인파산 접수 건수는 지난 8월 7920건, 3582건으로 각각 33.1%, 18.4% 증가했다.

개인회생은 지난 5월부터 넉달 연속 늘며 월 8000건에 육박했다. 개인파산은 지난 3월 이후 매월 3500건 이상 접수되고 있다. 지난 8월 한달간 접수된 개인회생·파산(1만1502건)을 단순 계산하면 매일 370명이 법원에 SOS(구조신호)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과 이자를 상환하지 못해 부동산이 경매 절차로 넘어가는 임의경매도 급증했다. 지난 2월 2857건이던 임의경매 접수건수는 지난 8월 3754건으로 31.4% 늘었다.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창현 법무법인 대율 대표변호사는 “최근 개인회생·파산 상담건수가 올해 상반기 대비 2배 이상 많아졌다고 느낀다”며 “상담이 증가한 만큼 실제 신청 건수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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