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시인 오늘 발인…가족장 엄수

유족·문화예술계 배웅 속 장례
부인 묻힌 흥업면 선영에 영면
  • 등록 2022-05-11 오전 7:17:08

    수정 2022-05-11 오전 7:17:08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등의 저항시로 1970년대 독재정권에 맞선 김지하(본명 김영일) 시인이 11일 영면에 든다.

지난 8일 81세의 일기로 타계한 김지하 시인의 발인식이 이날 오전 9시 강원 원주시 연세대학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장례식장에서 유족과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애도 속에 엄수된다.

이날 발인식에는 고인의 두 아들인 김원보 작가와 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생전 김 시인과 인연이 있는 이들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다. 유해는 오전 10시 화장장에서 화장을 한 뒤 고 박경리 작가의 딸인 부인 김영주 씨가 묻힌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 선영에 모셔진다.

9일 오전 강원 원주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장례식장에 김지하 시인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등의 작품을 남긴 김지하(본명 김영일) 시인은 전날 오후 4시 원주시 판부면 자택에서 지병으로 숨을 거뒀다. 향년 81세(사진=연합뉴스).
10여년 전부터 지병으로 투병 생활을 한 김 시인은 지난 8일 오후 4시 81세 일기로 원주시 판부면 자택에서 타계했다. 고인의 둘째 아들인 김 이사장에 따르면 아버지인 김 시인은 말이나 글을 따로 남기지는 못했지만, 일일이 가족들의 손을 잡아보고 미소를 보인 뒤 유족들과 작별했다.

1941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4년 강원도 원주로 이주해 원주중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중동고를 거쳐 1966년 서울대 미학과를 나와 1969년 ‘시인’지에 ‘황톳길’, ‘비’ 등 5편의 시를 발표하며 정식 등단했다.

1970년 국가 권력을 풍자한 시 ‘오적’으로 구속되는 필화를 겪고 1974년 민청학련 사건을 배후 조종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뒤 1980년 형 집행정지로 석방되는 등 독재에 저항하는 민주화의 상징이자 민족문학 진영의 대표 문인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1991년 명지대생 강경대 씨가 경찰에 맞아 숨지고 이에 항의하는 분신자살이 잇따르자 조선일보에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는 칼럼을 기고해 엄청난 논란을 불러왔다. 진보 진영에서는 ‘변절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 시인은 10년 뒤 ‘실천문학’ 여름호 대담에서 칼럼과 관련해 해명하고 사과의 뜻을 표명했으나,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가 하면 진보 문학평론가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노골적으로 매도하는 등 혼란스러운 행보를 보였다가 결국 변절 논란을 벗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대표 저서로는 ‘타는 목마름으로’ ‘생명’ ‘애린’ ‘황토’ ‘대설(大說)’ 등이 있으며, 2018년 시집 ‘흰 그늘’, 산문집 ‘우주생명학’을 마지막으로 절필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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