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미국 월가(街)에 가장 치명적인 시나리오는 민주당 출신 대통령의 등장이었다. 증세와 월가 규제를 앞세운 민주당의 대선공약은 주식시장에 하등 도움될 것이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사진 왼쪽) 대선후보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대통령을 압도하고 있음에도, 증시는 끄떡없었다. 되레, 월가 일각에선 11월3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 선거를 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당이 백악관과 상원을 양분할 경우 충돌이 불가피한 만큼, 월가로선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트럼프? 바이든?…월가는 ‘누구든 상관없다’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대선일인 11월3일에는 상원의원 100명 중 35명, 하원의원 435명 전원을 새로 뽑는다. 현재로선 하원은 민주당의 ‘우세’가 점쳐지지만, 대선과 상원의 경우 박빙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시나리오는 크게 4가지다.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원을 모두 차지하는 경우와 반대로 민주당이 모두 장악하는 경우, 또 공화당과 민주당이 사이좋게 백악관과 상원을 나눠갖는 경우다.
월가는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원을 모두 이끌 때를 가장 선호할 것이라는 게 그동안의 정설이었다.
흥미로운 건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줄곧 트럼프를 누르고 있음에도, 증시는 지난 3월 코로나19발(發) 부침을 겪은 이후 줄곧 상승세를 유지해왔다는 점이다.
얼라이언스번스틴(AB)운용의 에릭 위노그라드 선임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은 민주당 정권하에서의 증세 등이 단기적으로 증시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바이든 임기 내 인프라 지출이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이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여기에 증시의 최대 복병 중 하나인 전방위적 무역전쟁도 바이든이 집권할 경우 그 강도가 다소나마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도 한몫하고 있다. 즉,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한꺼번에 백악관과 상원을 가져간다면 증시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DWS자산운용의 그레고리 스테플스 고정수입 책임자는 “민주당이 백악관과 상원을 모두 장악할 확률은 35~40%”라며 “바이든이 집권한다고 해도 당내 진보정책들을 밀어붙이는 게 득보다 실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증세 역시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했다.
|
둘 중 최악은 민주당 백악관과 공화당 상원이다. 위노그라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공화당의) 상원은 더 많은 부양책을 내놓는 것을 꺼리고 있는 상황에서 백악관 주인마져 바뀔 경우 부양책 지출에 더 완강히 대응할 것”이라며 “미 경제와 금융시장이 부양책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만큼, 이는 더블딥(이중침체)의 위험성을 매우 높일 것이며, 이로 인해 금융시장은 더 많은 고통을 받을 공산이 크다”고 했다.
반론도 만만찮다. SLC매니지먼트의 덱 물러키 투자 전략 매니징 디렉터는 “백악관과 상원이 나뉜 정부는 더 많은 절충의 기회가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며 “시장은 일방통행식 정책보다 협상을 통한 정책을 더욱 편안하게 느낀다”고 했다.
물론, 최악 중 최악의 상황은 시장에서 떠도는 ‘대선 불복론’이다. 올해 미 대선이 대거 우편투표로 이뤄질 공산이 큰 만큼, 트럼프뿐 아니라 바이든 역시 패배에 직면할 경우 불복할 공산이 크다는 게 미 정가와 월가의 판단이다. 시장이 가장 진저리를 내는 게 바로 불확실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