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자못 결기를 드러냈던 사립대총장들의 결의문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23일 기준 4년제 대학 중 벌써 33개 대학이 등록금 동결을 결정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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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 ‘등록금 인상’ 전선 균열…올해도 동결 전망
대학 관계자들은 올해도 대다수의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전체 대학이 등록금을 모두 올리는 식으로 교육부에 대항해야 하는데 수도권 대형 대학들도 속속 동결을 결정하고 있다”며 “지난해 사립대 총장들의 모임인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의 결의문은 사문화됐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가장학금 2유형(예산 4000억원) 지원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등록금 인상 대학에 불이익을 주는 교육부에 저항하려면 대학이 단결해야 하는데 이미 이런 전선(戰線)에 균열이 생겼다는 것.
특히 대형 사립대인 이화여대·연세대가 등록금 동결을 결정했으며 고려대도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학생들에게 등록금 동결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메이저 사립대’들이 교육부 정책에 동조하면서 올해 역시 12년째 대학 등록금 동결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까지 등록금 동결을 결정한 대학은 4년제 기준 동양대·조선대·전남대·중부대·강릉원주대·이화여대·충북대·전주교대·경일대·경북대·안동대·연세대·원광대·배재대·금오공대·충남대·서울대·광주대·호원대·전주대·동아대·우석대·동신대·호남대·한남대·한국교통대 등 33개 대학이다.
아직까지 등록금 인상률을 결정하지 못한 대학들은 이달 말까지 등록금심의원회(등심위)를 이어간 뒤 늦어도 다음 달 초에는 이를 확정, 고지서를 발송해야 한다. 아직 등심위 내 합의과정이 남아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등록금 동결을 결정한 대학도 적지 않다.
한 서울 소재 사립대 기획처장은 “이미 내부적으로 학부 등록금 동결, 대학원 소폭 인상을 결정하고 학생대표들과 협상하고 있다”며 “지난해 사총협의 결의가 유효하려면 전체 대학이 모두 등록금을 올려야 하는데 이미 무산된 것 같아 답답하다”고 했다.
반면 대학원과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등록금을 소폭 올리는 대학들이 생겨날 전망이다. 교육부는 대학원과 정원 외 선발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등록금 인상을 통제하지 않는다. 대학원은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3년간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1.95%)까지 올릴 수 있으며, 정원 외 선발 유학생 등록금은 이런 제한 없이 인상이 가능하다.
교육부의 대학 등록금 동결정책은 지난 2008년 시작돼 올해로 12년째를 맞고 있다. 사립대 기준 2008년 741만4800원이었던 등록금은 지난해 745만6900원으로 11년간 0.57% 오르는데 그쳤다.
교육부 국가장학금제도 개선 일부 유화책도
교육부는 이에 따라 다음달께 고등교육재정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여기에는 교육부와 대교협·사총협 등 대학협의체가 참여해 △대학 재정 상황 △고등교육예산 확충 △국가장학금 제도 개선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부터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조건을 소폭 완화키로 했다. 지금까지는 등록금 동결에 더해 교내 장학금 비율을 전년대비 확충·유지해야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대학들은 이를 법정 장학금 지급비율(10% 이상)만 되면 국가장학금 2유형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현행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은 등록금수입총액 중 10% 이상을 장학금으로 지급토록 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교육부는 법정 비율을 넘는 대학에도 전년대비 교내 장학금 비율 유지·확충을 요구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학의 불만이 컸던 것. 2017년 기준 전체 사립대의 등록금수입 대비 교내장학금 지급비율은 19.5%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전체 대학의 평균 장학금비율만 충족하면 국가장학금 2유형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이라며 “다만 교내 장학금 규모를 급격히 줄이면 학생·학부모에게 부담이 되기에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대학이라도 이를 5년에 걸쳐 연차적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