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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피의자와 검찰을 모두 불러 양측의 주장을 듣는 영장심사는 구치소 담장에 선 피의자에게는 구속을 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기도 하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영장심사 뒷이야기를 소개한다.
영장심사 때 눈물 흘린 신동빈 회장
구속 상태에서 기소될 경우 피의자는 철저히 불리해진다. 법원이 혐의를 인정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수감상태이기 때문에 방어권을 행사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구속상태 자체가 처벌의 의미를 담고 있어 피의자들이 신분과 지위를 떠나 구속을 피하기 위해 영장심사에 매달린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경영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심사를 받을 당시 조의연(50·사법연수원 23기) 영장전담 부장판사 앞에서 눈물까지 흘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의 눈물이 전달된 덕분일까.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검찰은 결국 신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이후 서울중앙지검으로 돌아와 대기했던 신 회장은 영장심사 때와는 달리 여유롭게 웃는 모습까지 보여 이를 지켜본 검찰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정 밖으로 나오자 신 회장의 표정이 너무 달라져 당황스러웠다”며 “영장심사 때 보인 눈물이 연기가 아닌가 싶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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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심사에서는 검찰보다 구속 위기에 몰린 피의자가 훨씬 절박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대형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피의자에 대한 영장심사에서는 검찰 역시 피의자 못지않게 긴장하고 준비하기 마련이다.
중요사건의 경우 검사가 영장심사에 출석할 뿐 아니라 영장전담 판사 앞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기도 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성패를 갈랐던 이 부회장에 대한 2차 구속영장 청구 때가 좋은 예다.
당시 특검팀에 파견됐던 한동훈(44·사법연수원 27기) 부패범죄특별수사단 부장검사는 영장심사에 직접 나와 100페이지에 달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하며 영장전담판사를 설득했다. 이 부회장의 혐의에 대한 설명과 주요증거 등을 담은 한 부장의 프레젠테이션은 무려 3시간 동안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대형사건은 내용도 복잡하고 관련 증거만도 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원은 사건의 복잡함과 관계없이 영장심문 종료 뒤 24시간 내에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제한된 시간 내 모든 증거를 훑어보기 어려운 법원으로서는 사건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프레젠테이션 형식의 설명이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5분 또는 8시간40분…영장심사 시간은 천차만별
영장심사 시간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증거가 명확하고 재범 또는 집행유예 기간에 범행을 저지른 범죄자에 대한 영장심사는 피의자 측에서 특별히 주장하는 부분이 없다면 5분 내로 종료되기도 한다. 일반사건의 경우 검사가 영장청구서와 관련 증거만 법원에 제출하고 직접 심사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더욱 일찍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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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관계자는 “명확한 구속사유가 있을 때는 영장발부에 긴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방어권 보장 등을 이유로 기각할 때는 많은 고민 끝에 결론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영장심사에서 법원은 피의자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구속 위기에 몰린 절박한 피의자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판단하라는 게 영장심사의 취지이기 때문이다. 지방의 한 부장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인 이유는 문답 형식의 신문(訊問)이 아닌 이야기를 듣는 심문(審問)을 하라는 것”이라며 “판사들은 피의자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들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