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하이텍 매각에 발목잡힌 동부의 씁쓸한 성탄절

'비상경영' 동부대우전자, 임직원 임금반납 추진
동부그룹 자구계획 달성했지만 하이텍 매각 발목
자금난에 추가 피해 우려..채권단 결단 필요한 시점
  • 등록 2015-12-24 오전 6:00:00

    수정 2015-12-24 오전 10:02:33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동부대우전자가 비상경영을 선언하면서 임직원들의 임금을 일정 부분 회사에 반납하도록 하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지난해 매출 1조6000억원, 영업이익 140억원을 올리고 올해는 수출 맞춤형 제품들이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재기를 꿈꾸던 회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동부대우는 최근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연 7%대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다 금융당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생산라인을 정비하는 것은 물론 업계 내 경쟁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적이지만 ‘동부’ 이름을 달고 금융시장에서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금리로 자금 조달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동부그룹은 지난 2013년 채권단과 협의해 동부건설(005960)동부제철(016380)이 보유한 일부 자산과 동부하이텍(000990) 매각 등이 포함된 3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수립했다.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2015년까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졸업하겠다는 것이 당시 목표였다.

이후 산업은행이 추진했던 패키지딜이 실패하면서 동부제철 자율협약 체결과 동부건설 법정관리 등이 발생했다. 그 결과 올초부터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은 이미 당초 계획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부하이텍 매각 작업이 2년째 제자리에 맴돌면서 채권단은 구조조정에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자구계획안 마련 당시만 해도 영억적자에 허덕이고 있던 동부하이텍은 구조조정이 시급했다. 그러나 지난해 400억원대 영업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실적 개선을 거듭해 올해는 영업이익 1200억원 달성이 기대되고 있다. 충분히 자력갱생할 수 있을 만큼 체력을 키웠고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업계의 전망도 밝다.

동부하이텍 매각 계획을 제외하면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은 모두 마무리됐다. 동부하이텍의 매수자가 선뜻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이제 채권단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뜻이다. 동부하이텍의 상황이 더 좋아지면 더 비싸게 팔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매각 이슈를 안고 가는 것은 동부하이텍 성장에도 걸림돌이다.

설령 동부하이텍 매각이 성공한다고 해도 동부그룹의 현금 사정이 크게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동부(012030)가 보유한 동부하이텍 지분은 12.43%에 불과하다. 동부하이텍이 보유중인 동부대우전자와 동부월드 지분 등을 동부그룹이 다시 확보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남는 게 없는 거래라는 게 업계 평가다. 오히려 올해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린 알짜 계열사만 처분하는 꼴이 된다.

지난 2년간 인수자를 찾기 위해 해볼 건 다 해봤기 때문에 채권단으로서도 아쉬울 것은 없다. 채권단의 신속한 결단이야말로 동부그룹과 동부대우전자, 동부하이텍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 연말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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