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함께 법안을 냈던 새누리당 A 의원은 본회의에서 기권했다. 법안을 내놓고도 정작 표결 때는 사라진 것이다. A 의원은 뒤늦게 “다른 상임위원회 회의에 들어가 있었다. 기권한 것은 잘못됐다”면서도 “대세에 지장이 없어 정정 신청을 할 필요는 느끼지 않았다”고 소명했다.
지난해 말 본회의 문턱을 넘은 사격장안전관리법 개정안도 비슷한 경우다. 개정안은 당초 원안에서 거의 수정되지 않고 통과됐다. 하지만 공동 발의했던 새정치민주연합 B 의원은 찬성 표를 던지지 않고 기권했다. B 의원은 “표결 버튼을 누르는 타이밍을 놓쳤다”고 해명했다.
홍금애 법률소비자연맹 기획실장은 “자기가 낸 법안에 기권하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라면서 “(입법권에 대한)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정활동 손 놓아버린 3선이상 중진 ‘국회의 어른들’
국회의원이 책무인 ‘입법권’에 소홀하다는 비판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특히 의정경험이 풍부한 3선 이상 중진들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게 더 문제다. 그럼에도 별다른 제재는 없는 실정이다. 의원의 가장 큰 ‘특권’은 책임지지 않는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최다선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7선)은 본회의 재석률이 39.19%에 불과했다. 본회의 10번 중 6번은 제대로 자리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6선인 이해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43.82%)과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44.22%)도 50%에 미치지 못했다.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5선·50.53%)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4선·43.83%) △김한길 새정치연합 의원(4선·43.87%) △김영환 새정치연합 의원(4선·47.44%) △이종걸 새정치연합 의원(4선·51.11%)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4선·51.12%) 등도 하위 30명에 이름을 올렸다. 초선인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도 47.04%에 머물렀다.
“국회의원 세비로 입법 않고 지역 관리하는 게 문제”
국회 한 관계자는 “중진들 사이에는 ‘입법이나 국정감사는 초·재선들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면서 “더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홍금애 실장은 “중진들은 지역구 활동과 관련 없는 건 빠지는 것 같다”면서 “본회의 참석보다 지역구에서 한 두사람 더 만나는 게 낫다고 여기는 듯 하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국민이 의원에 주는 세비는 입법을 제대로 하라는 것”이라면서 “(입법활동 대신) 세금으로 지역구에 보좌관을 두고 관리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문제는 입법권을 방치해도 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는 “당내에서 원내대표가 독려하고 질책해야 하는데, 정작 원내대표부터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같은 의정활동을 지표화해 총선 공천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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