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고위급 회담 협상 10시간 만에 정회…왜?

22일 오후 6시30분→23일 새벽 4시15분까지 협의
양측 입장 확인…오후 3시부터 다시 협상 재개하기로
입장차 크지만 돌파구 찾으려는 의지도 강해 길어져
  • 등록 2015-08-23 오전 6:46:57

    수정 2015-08-23 오전 6:51:37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22일 오후 시작된 남북 고위급 접촉이 무박 2일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정회를 선언하고, 23일 오후 3시에 다시 협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이번 고위급 접촉은 최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과 서부전선 포격도발 등으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극적으로 타결됐다.

우리 측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참석한 이번 고위급 접촉은 22일 오후 6시30분께 시작해 23일 새벽 4시 15분까지 진행됐다.

(왼쪽 앞줄부터 시계방향으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자료: 통일부)
양측 대표단은 접촉 장소인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만났을 때만 해도 남북간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도 미소를 머금고 악수를 건네는 등 호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10시간에 걸친 협상 시간이 말해주듯 입장차이를 좁히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무력 도발과 우리측의 대북 심리전이라는 민감한 현안이 걸려 있어서다.

이번 접촉에서 우선 우리측은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측의 최우선 요구사안은 서부전선 포탄 도발의 원인이 된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이다.

이같은 핵심 현안에 대한 양측은 입장을 설명하는 한편,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남북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합의 도출을 위해 심도 있는 협의를 거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번 접촉에서 쌍방은 최근 조성된 사태의 해결 방안과 앞으로 남북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고 전했다.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협상이 결렬된 것이 아니라는 점은 긍정적이다. 10시간 가까운 협상 시간은 남북간 입장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면 양측이 결렬이 아닌 정회를 선언한 것은 더이상의 파국을 막고 합의점을 찾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것을 방증한다.

민 대변인은 “남북은 새벽 4시15분에 접촉을 정회했으며 쌍방 입장을 검토한 뒤 23일 오후 3시부터 다시 접촉을 재개해 상호입장의 차이에 대해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며 “남북 접촉이 끝난 것이 아니라 정회를 한 것”이라며 강조했다.

1차로 고위급 접촉을 통한 양측의 입장과 의견 그리고 그 차이에 대한 확인 및 논의는 모두 끝났고, 이를 바탕으로 각각 정부 차원에서 추가 협의를 통해 결단을 내리기 위한 준비를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시간의 마라톤 협의로 서로 가지고 있는 카드를 모두 확인한 남북이 이를 어떻게 조합시킬지, 혹은 새로운 카드를 꺼내 돌파구를 마련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당초 남북 고위급 접촉이 끝난 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청와대에서 양측간 협의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오후 3시에 접촉을 이어가기로 하면서 협의 결과에 대한 발표는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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