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하기 좋은 계절에 방안에만 콕..메르스가 바꾼 일상

위생 철저, 면역력 강화.."내 몸은 내가 지킨다"
병원 대신 약국, 편의점..유아동 실내용품도 불티
  • 등록 2015-06-25 오전 6:00:00

    수정 2015-06-25 오전 6:00:00

서울 명동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거리를 거닐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이게 뭐야 이 여름에 방안에만 쳐 박혀 있어”

쿨의 노래 ‘해변의 여인’ 도입부 가사다. 매년 여름이면 라디오에서 흘러나와 사람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했던 이 노래가 올여름에는 다른 의미로 대중의 공감을 사고 있다. 메르스로 인한 반 강제적 자택 감금 상황과 그로 인한 답답한 심경이 노랫말에 그대로 묻어난다.

메르스는 대한민국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놨다. 외출을 삼가는 사람들이 늘면서 소비 행태가 바뀌더니 이는 문화·생활 패턴의 변화로까지 이어졌다. 지난달 20일 첫 환자가 발생하고 한 달여가 지났지만 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달라진 건 어수선한 상황에 익숙해져간다는 것뿐이다.

◇ 위생용품·건강식품 판매 급증

소비 패턴의 변화를 보면 달라진 일상이 바로 보인다. 메르스 사태 이후 마트,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출은 하향곡선을 그린데 반해 온라인 매출은 크게 늘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퇴근하면 곧장 집으로 향하는 이들이 늘고 주말 가족 단위 외출은 삼가고 본다.

국내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한 지난 5월20일부터 6월23일까지 온라인쇼핑사이트 11번가의 품목별 매출 추이를 살펴본 결과 전년 동기 대비 판매 증가폭이 가장
한 유통업체에서 고객 사은품으로 내건 손세정제.
컸던 품목은 마스크와 손세정제 등 위생용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마스크는 119%, 손세정제는 91%로 약 10배가량 껑충 뛰었다.

실제로 마스크와 손세정제는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거리에선 마스크를 낀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영화관 등 공공장소에서는 손세정제부터 찾는 것이 일상이 됐다. 생필품을 장만하러 마트에 가서도 입구에 구비된 알코올 소독제로 카트 손잡이부터 닦는다.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도 폭증했다. 메르스는 아직까지 예방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탓에 평소 균형 잡힌 식사와 충분한 수면, 적절한 운동 등으로 신체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알려졌다.

사람들이 메르스 사태 이후 가장 많이 찾은 건강식품은 면역력 증강 효능을 지닌 ‘홍삼’이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8% 판매가 늘었다. 비타민(42%)과 유산균(31%)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비타민 중에서 특히 비타민 C는 바이러스를 죽이고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작용을 한다. 전문가들은 비타민C의 면역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아침·점심·저녁 2000㎎ 정도를 세 번 6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할 것을 권한다. 백혈구 기능을 향상시키는 비타민D 역시 ‘면역 비타민’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유산균은 면역세포의 70%가 존재하는 장을 튼튼하게 만들어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세포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메르스 예방에 도움이 된다. 유산균은 식품으로도 섭취 가능한데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김치와 요구르트, 된장 등이 있다.

◇ ‘신선식품 구매도 온라인으로’..엄지족 중장년층으로 확산

몸이 아파도 병원은 안 간다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생겨났다. 메르스 최초 진원지가 병원이었고 감염자 대부분이 병원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병원 기피 현상은 약국과 간단한 의약품을 파는 편의점의 반짝 특수로 이어졌다.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외출을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거리 음식점 매출은 급감한 반면 배달음식점은 호황을 누렸다. 특수를 누린 제품은 또 있다. 겨울 인기 품목이던 놀이매트와 미끄럼틀, 놀이텐트 등 유아동 실내 놀이용품이 그것이다. 소비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놀이매트는 전년 대비 54%, 미끄럼틀은 32%, 놀이텐트는 34%로 각각 두 자릿수 이상 매출이 신장했다.

안영대 11번가 출산유아동팀 MD는 “최근 메르스에 대한 우려로 아이들을 집안에서 놀게 하는 엄마들이 많아지면서 실내 놀이용품이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면서 “외출하기 좋은 계절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매트나 놀이텐트 등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선식품 판매가 28% 증가한 것은 장기적인 구매 패턴의 변화를 암시하는 징후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식료품은 동네 시장이나 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메르스 확산 이후 온라인·모바일 채널을 통한 구매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을 꺼리던 중장년층도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사는 ‘엄지족’ 대열에 합류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온라인 채널의 주요 쇼핑 품목은 옷과 화장품, 가전제품 등이었는데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인해 신선식품으로까지 구매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라면서 “백화점, 마트에서 온라인몰로, 온라인몰에서 다시 모바일로 유통채널의 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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