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전격 금리 인하는 시의적절했다. 수출과 내수 부진으로 허덕이는 우리 경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의 직격탄까지 맞아 백척간두에 서 있다. 올해 3%대 성장도 어렵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는 판에 금융당국이 뒷짐 지고 구경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메르스 사태 추이와 그 파급 영향이 아직 불확실하긴 하지만 경제주체들의 심리와 실물경제 활동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금리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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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는 1년 새 0.25%포인트씩 4번째 인하됨으로써 연 1.50%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경기 부양이냐, 가계부채 안정화냐를 놓고 저울질하던 한은이 메르스에 놀라 금리 인하의 칼을 덜컥 뽑아든 셈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머잖아 금리를 올릴 경우 외화 유출이 가속화되고 한국 경제 뇌관인 가계부채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금리를 내려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지금 같은 비상시국에선 이러한 우려가 한가한 소리로 들릴 뿐이다. 우리 경제는 메르스가 아니라도 활력을 잃은 지 이미 오래다. 올 들어 물가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디플레이션의 공포가 스멀스멀 일어나는 형국이 아닌가. 경제 버팀목인 수출은 일본의 엔화 약세로 경쟁력을 잃고 5개월째 감소세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현해탄을 건너와 그대로 재연되는 듯한 모양새다. 여기에 메르스까지 덮쳐 외국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고 소비가 크게 위축됐으니 이만저만한 비상사태가 아니다.
위기를 기회로 역전시키려면 때를 놓치지 않고 모든 역량을 한꺼번에 동원하는 과단성을 발휘해야 한다. 금리 인하만으론 부족하다는 얘기다. 차제에 한은의 금융정책과 정부의 재정정책도 손발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도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펼쳐 경제에 군불을 지펴야 한다. 정치권도 추경 편성에 대해 긍정적인 만큼 더 이상 좌고우면하면 안 된다. 지금은 경제 살리기에 모두 걸기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