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삼성전자(005930)의 독주로 국내 증시가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 비중이 커지면서, 코스피 움직임이 삼성전자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 증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만 오르다 보니 코스피 자체가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6일 삼성전자는 전거래일대비 2.3%(3만3000원) 내린 140만4000원을 기록하며 6거래일 만에 하락반전했다. 삼성전자 부진에 코스피도 0.15% 내렸다. 일본, 대만 등 주변 아시아 국가들은 강세를 보였지만, 코스피는 삼성전자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반대로 최근 코스피가 1900선을 회복한 것은 삼성전자의 공이 크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쌩쌩 달리면서 코스피도 오른 것. 지난 23일 기준 삼성전자는 143만7000원을 기록하면서 최고가를 새로 썼다. 한 달 전과 비교해 9.4% 올랐다. 삼성전자는 연말 휴일 등을 앞두고 IT 소비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상승을 재개했다. 최근 주가 걸림돌이 돼 왔던 애플과의 특허권 싸움에 대한 걱정이 줄어든 영향도 크다.
그런데, 문제는 코스피 시총은 오히려 줄었다는 점이다. 대부분 종목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덩치 큰 삼성전자가 잘 나가면서 시장 전체가 오르는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것. 한 달 새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은 0.6% 감소한 1105조199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를 빼고 보면 더욱 초라해진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 시가총액은 898조5300억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2.7% 줄었다. 이러다 보니 주식 시장 안에서 삼성전자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23일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비중은 19.15%를 기록했다. 한 달 전보다 1.76%포인트 커졌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가 아닌 종목들의 차별화 양상이 뚜렷해지면서,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코스피가 올라도 투자자들의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면서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에 의해 코스피가 좌지우지되면서 종목 선택에 대한 고민도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종목 중에서는 4분기 예상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시가총액 비중을 웃도는 종목이 좋아보인다”면서 “연비 관련 이슈로 단기간 주가가 크게 하락한 자동차주와 정제마진 개선이 기대되는 정유주에 관심을 둘 것”을 조언했다.
삼성전자를 담지 못한 주식형펀드들이 삼성전자 추종 상품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만큼 관련 상품을 눈여겨보는 것도 방법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독주는 코스피200을 벤치마크로 하는 주식형펀드에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삼성전자의 비중이 충분하지 않다면 벤치마크를 쫓아가기도 버거운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비중을 채우기 위해 삼성그룹이나 코스피50 관련 ETF나
삼성전자우(005935)선주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