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오락가락 행정에 사라지는 충청권 캠핑명소

금강환경청, 대전 대덕구에 로하스캠핑장 철거 조치 요청
국토부·수자원공사·대덕구 합작 조성 후 민간업체에 위탁
대청호 규제완화 요구 차원서 거론돼…현행법 위반 적발
정부·지자체 ‘네 탓’ 공방속 업체·시민들 “관광명소사라져”
  • 등록 2023-08-22 오전 6:03:00

    수정 2023-08-22 오전 6:03:00

대전 대덕구 미호동에 위치한 로하스 캠핑장 전경. (사진=대전시 제공)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갈지(之)자 행정으로 연간 4만여명이 찾는 충청권의 유명 캠핑장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특히 대청호 등 상수원보호구역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지자체·지역주민들의 요구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 이전에 현행법 위반을 강력 단속하겠다는 환경당국의 팽팽한 입장 차이가 충돌하고 있는 양상이다. 대전시, 대전 대덕구, 금강유역환경청 등에 따르면 금강유역환경청은 지난 4월 대전 대덕구에 ‘상수원보호구역에서의 금지행위 해소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이는 대전 대덕구 미호동에 위치한 로하스 캠핑장에 대한 철거 조치를 요청하는 공문이다. 금강환경청은 “캠핑장이 상수원보호구역 내에 있어 법적으로 야영·취사가 금지된다”며 야영·취사 허용을 즉시 중지하고, 시설물의 원상복구을 명령했다. 이 캠핑장은 2006년 국토교통부의 ‘대청댐 비상 여수로 사업’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비상 여수로는 저수지·댐 등에서 여분의 물을 흘려보내기 위한 수로 건설 사업을 말한다. 당시 수로 근처에 물 체험·학습 공간을 만드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고, 환경부의 타당성 검토까지 받았다. 그러나 2012년 10월 사업 대행자인 수자원공사와 관할 지자체인 대덕구는 협의를 통해 오토캠핑장 성격의 가족공원을 조성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수자원공사가 변경된 계획안으로 국토부 승인을 얻은 뒤 2015년 4월 캠핑장을 준공해 대덕구에 인계했다. 대덕구는 곧바로 캠핑장 관리·운영을 민간업체에 위탁했고, 1차례 위탁 업체가 바뀌는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캠핑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이 캠핑장은 야영과 취사를 할 수 있는 오토캠핑장 40면과 글램핑 시설 10동, 바비큐장·풋살장·놀이터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대청호 일원의 상수원보호구역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충북도 등이 이 캠핑장의 사례를 들어 정부에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이에 이 캠핑장이 상수원보호구역 내에 있다는 걸을 금강환경청이 뒤늦게 인지했고, 해당 지자체인 대덕구에 폐쇄 조치를 요청한 것이다. 현재 민간업체와의 위탁운영 기간은 2025년 7월 3일까지이다. 현재 A사는 대덕구와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사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 이 캠핑장을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키우는 중에 행정당국의 폐쇄 명령이 황당하다”며 “정부와 지자체에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공무원들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만 보이고 있어 분통이 터진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덕구는 금강환경청에 ‘이 캠핑장의 운영 취소를 2년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금강환경청은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금강환경청 관계자는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고 하면 현실에 맞게 개선하는 것이 맞지만 이 캠핑장은 상수원보호구역에 절대 들어설 수 없는 시설물로 명백히 현행법을 위반한 것으로 즉시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정부와 지자체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캠핑장이 운영 8년 만에 폐쇄 수순을 밟게 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 모두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는 점이다. 시민들의 반응도 차갑다. 직장인 김광일(43)씨는 “수년전부터 가족들과 자주 찾는 캠핑장이 어느순간 불법 장소로 전락, 더이상 이용이 불가능하게 됐다”며 “연간 수만명의 시민이 찾는 시설이 문을 닫게 됐는데도 이 상황에 대해 설명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관이 없다는 것이 더 한심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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