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애족·애향…고향에 사랑 전하니 웃음꽃 '활짝'

[가는 情 오는 情 고향사랑기부제]
日고향납세제 도입 13년만 세액 100배↑…한국 올 첫 시행
모인 기부금은 취약계층 지원·복리 증진 등 일석삼조 효과
임실치즈·의성마늘 등 특색·이색 답례품 전국적 이슈 몰이
다만 법인참여금지·기부금상한액제한 등은 활성화 걸림돌
  • 등록 2023-05-19 오전 5:02:00

    수정 2023-05-19 오전 5:02:00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5개월 차로 접어든 가운데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들이 선의의 경쟁 속에서 좋은 결실을 맺고 있다. 기부를 통해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한 균형발전을 위해 올해 첫 도입된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자에게 기부금액의 30% 이내에 해당하는 답례품을 제공,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 도입 첫해인 만큼 고향사랑기부제 자체를 모르는 국민들이 적지 않고, 기관간 무리한 실적 경쟁, 기부금 세액 공제 금액 상향 및 법인 기부 허용 등 앞으로 개선·보완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이에 본보는 고향사랑기부제의 대국민 홍보와 함께 법·제도적 보완책 마련을 위해 특집판을 제작했다. <편집자주>

최선희 대전평생교육진흥원 원장(가운데)과 직원들이 16일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적인 정착과 건전한 기부문화 조성을 위해 기부 참여 캠페인을 진행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평생교육진흥원 제공)


세종시가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테니스 국가대표와의 레슨 기회를 제공한 가운데 15일 조치원 체육공원 테니스장에서 세종시청 테니스팀이 참여한 가운데 세종시 고향사랑기부자 6명과 테니스레슨을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세종시 제공)


日 고향납세제 도입 13년 만에 세액 규모 100배 이상 늘며 대성공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의 ‘고향납세제’에서 착안한 제도다. 일본의 고향납세제는 도입 13년 만에 세액 규모가 100배 이상 늘어나며 대성공을 거뒀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우리보다 먼저 심각한 지역소멸을 경험한 일본 정부는 대도시의 세금을 지방에 이전해 세수격차를 줄이기 위해 2008년 고향납세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납세자가 자신의 고향 등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납세(기부)하면 2000엔(약 2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세금 공제 혜택을 준다. 시행 초기 반응은 시큰둥했지만 2014년부터 제도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됐다. 2013년부터 각 지자체가 답례품을 제공한 것이 성공의 계기가 됐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전체 지자체 중 41%인 732개 단체가 고향납세 세입 건수 및 규모 증가의 배경으로 ‘풍부한 답례품’을 꼽았다. 답례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플랫폼의 등장도 제도를 안착시키는데 일조했다. 일본 정부는 고향납세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시스템 정비도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2015년에는 주민세 공제한도를 10%에서 20%로 상향 조정하고, 5개 이내 지자체에 기부한 경우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자동 공제해주는 ‘원스톱 특례제도’도 실행했다. 2016년에는 기업판 고향납세제인 ‘지방창생응원세제’를 시행하면서 기업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기업이 지자체 고용 창출· 저출생 대책 등 지역 활성화 관련 사업에 기부하는 경우 법인세와 법인주민세 등에서 기존 기부금 공제의 2배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4월 10일 충남 홍성 출신 소리꾼 장사익씨가 ‘충남 고향사랑기부제’ 동행 응원 캠페인의 5번째 주자로 나서 기부제 활성화를 응원하고 있다. (사진=충남도 제공)


기부금 모금 경쟁 치열…전북 임실·제주·경북 예천 등이 상위권 랭크

정부는 올해 1월 1일부터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 지방자치단체 조례 등에 따라 고향사랑기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국민들이 자신이 사는 주민등록상 주소지 외에 다른 지자체에 기부하면, 각 지자체들은 이를 모아 주민복지 증진 등에 사용하는 제도다. 기부금은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이나 청소년 보호·육성, 문화·예술·보건 증진,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등 지역 주민 복리 증진에도 쓰일 예정이다. 개인이 각 지자체에 기부를 하면 세액공제 혜택과 함께 해당 지자체의 답례품도 제공된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5개월을 넘기며, 전국 지방자치단체들간 경쟁도 치열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이 전국 지자체 228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현황 조사에 따르면 지자체 평균 모금 금액은 5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3월 3억 1500만원을 모금한 전북 임실군이 모금 실적 전국 1위에 등극했다. 이어 △제주시 △경북 예천군 △전북 김제시 △경북 의성군 △전북 고창·무주군 등이 실적 상위권에 올랐다. 이들 지자체는 특색있는 답례품과 선택의 폭을 넓혀 기부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임실군의 경우 ‘임실치즈’를 전면에 내세워 답례품 신청의 약 45%가 치즈와 요거트 등 유제품에 몰리고 있다. 특히 기부금이 전액 세액공제가 가능한 10만원에 집중될 것을 예상, 답례품 상한액에 맞춰 3만원 짜리 치즈 선물세트를 새로 제작했다. 예천군은 자체 우수 농특산물 온라인 쇼핑몰인 ‘예천장터’에서 쓸 수 있는 쿠폰을 답례품으로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 또 의성군은 지역 특산물인 ‘의성마늘’과 대통령 설날 선물로 쓰인 ‘의성진쌀’ 등을 답례품으로 내놔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가수 김의영씨와 야구선수 김태균씨, 윤상운 NH농협카드 사장, 발라드 그룹 V.O.S의 박지헌·최현준·김경록씨 등 대전 출신 유명인 6명이 3월 2일 대전시청에서 ‘고향사랑기부제’와 ‘대전 0시 축제’ 등 시정 현안과 도시브랜드 가치를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대전광역시 홍보대사’로 위촉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시 제공)


법인 참여 금지·기부금 상한액 제한 등 활성화 걸림돌…법·제도 개선 시급

지역소멸을 막고, 애향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좋은 취지로 시작했지만 도입 초기인 만큼 제도·운영 개선도 시급한 과제이다. 서울 등 수도권이나 지방광역시 등 대도시는 답례품 지정의 어려움 등으로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은 1분기 3000만원 선의 기부금이 모였지만, 25개 자치구 중 10개 자치구는 답례품 지정도 하지 못한 상황이다. 또 경기도는 대다수 지자체의 기부금이 1000만원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부 시 기부금의 30% 이내에서 지급되는 답례품도 지자체들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항목이다. 해당 지역에서 생산되거나 지역의 특성·역사·상징성 등을 모두 고려해 선정·지급해야 하지만 도시 특성상 지역 특산품이 없는 지역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행안부가 향우회·동창회 등 출향 단체에 대한 기부 권유를 원칙적으로 금지시킨 현행 지침도 지자체 입장에선 불만이다. 특히 기부금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법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개정도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에 계류 중인 모두 10건의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분석한 결과, 절반이 넘는 6건의 개정안이 고향사랑기부제의 기부 상한액 상향·폐지하고, 법인 기부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인 참여 금지·기부금 상한액 제한이 제도 활성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보고 있는 것이다. 신두섭 한국지방재정행정연구원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세액공제 한도를 상향해 확실한 유인책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며 “재정이 부족한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제도를 살리기 위해 고소득자, 법인 등이 고액을 기부할 수 있도록 한도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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