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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은 지난 14일 9000TEU(1TEU는 6m여 길이 컨테이너 1개)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9척을 주문했고, 이달 초엔 프랑스 선사 CMA-CGM가 1만30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12척을 발주했다. 이 밖에도 덴마크 해운업체 머스크와 중국 해운사 코스코 등 글로벌 선사들도 다수의 메탄올 컨테이너선을 발주한 상태다.
이 같은 메탄올 추진선의 인기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와 관련이 있다. 당장 올해부터 총톤수 400톤(t) 이상 모든 선박은 IMO가 정한 선박에너지효율지수(EEXI) 등을 지켜야 하는 등 규제 문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이러한 규제에 따라 친환경 선박 전환은 선사들의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인 요소로 떠올랐고, 이에 관련 발주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메탄올은 또 저장 시 높은 압력과 극저온이 요구되는 LNG와는 달리, 메탄올은 상온이나 일반적인 대기압에서도 저장·이송이 쉽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연료 공급도 항만의 기존 연료 설비를 간단히 고쳐 활용할 수 있어 초기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해운사들이 메탄올 추진선을 연이어 발주하는 상황은 국내 조선업계에도 긍정적이다. 친환경 선박 기술은 국내 조선업계가 중국 조선사들의 저가 수주 공세에도 버텨낼 수 있는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메탄올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은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만큼 기존 선박보다 수주 시 수익성도 크다.
다만, 메탄올 추진선이 친환경 선박의 대세를 차지하려면 연료 공급 시스템 등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탄올은 기존 벙커C유와 비교해 에너지 밀도가 절반 수준에 그쳐 더 많은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친환경 메탄올인 그린 메탄올 공급망 구축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에 머스크는 최근 독일의 C1과 그린 메탄올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대량 공급받기 위해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지금까지 9개사와 협약을 맺었다. HMM도 안정적인 연료 수급을 위한 공급망을 확보하고자 프로만(Proman), PTTEP, 유로피언 에너지(European Energy), 현대코퍼레이션 등 국내·외 5개사와 메탄올 생산·공급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