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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지난 2017년 4월 펴낸 ‘전두환 회고록’을 통해 “조 신부는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했다가 기소됐다. 또 “(5.18 당시인) 1980년 5월 광주에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생전에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날 전 전 대통령은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헬기에서 사격했다면 많은 사람이 희생됐을 것”이라면서 “헬기 사격수가 계급이 중위나 대위였을 텐데 대한민국의 아들인 이들이 헬기 사격을 하지 않았음을 저는 믿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전 전 대통령은 재판에서 내내 졸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는 등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다. 부인 이순자 씨가 졸고 있는 그에게 물을 건네며 깨우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재판장이 “피고인도 재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열린 재판에서도 헬기 사격을 부인한 바 있다. 만약 당시 그가 진솔한 사과와 함께 용서을 구했다면 지금처럼 민심은 들끓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전 전 대통령은 또 한 번의 기회를 놓친 셈이다. 이날 법원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인 오월단체는 그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사죄나 사과를 기대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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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노재헌 씨를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로 보냈다. 당시 노씨는 1시간 30분가량 민주묘지에 머무르며 헌화와 참배를 했다.
또 추모관과 유영보관소, 구묘역 등도 둘러본 뒤 방명록에 “삼가 옷깃을 여미며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분들 영령의 명복을 빕니다”라며 “진심으로 희생자와 유족분들께 사죄드리며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가슴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당시 노씨와 동행했던 한 인사는 “노 전 대통령이 평소 5·18 민주묘지에서 참배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병세가 악화돼 아들이 대신 온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노씨는 지난해 12월에도 광주 남굼 오월어머니집을 찾아 5·18피해자에게 머리를 숙였다. 노씨는 “5·18 당시 광주시민과 유가족이 겪었을 아픔에 공감한다”면서 “광주의 아픔이 치유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월단체 측은 “방문 취지는 이해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히 고백해야 한다”면서 “오매불망 5·18 진상규명만 바라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진상규명 활동에 적극 협력해야 희생자를 향한 사죄의 뜻이 진정성이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5·18 피고인’으로 처벌받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직계가족 가운데 5·18민주묘지를 찾아 사죄한 사람은 노씨가 유일하다.
반면 사건의 당사자인 전 전 대통령은 언제쯤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전 전 대통령의 다음 재판은 오는 6월 1일과 6월22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