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 부메랑]'공급과잉에 저출산까지'…어린이집 1년 반새 2300곳 문닫아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무상보육 후폭풍이 거세다. 무상보육 도입에 힘입어 우후죽순 늘어났던 어린이집은 공급 과잉과 저출산에 따른 수요감소가 겹치면서 최근 1년새 수천 곳이 문을 닫았다. 어린이집들은 다음 달로 예정된 맞춤형 보육이 시작되면 영세 어린이집이 줄도산할 수 있다며 집단 휴원을 벌이는 등 반발하고 있다. 어린이집들은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예산마련에 대한 고민 없이 추진한 정치권의 선심정책이 낳은 여파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1년 3만 9842개소였던 국내 어린이집은 2012년 4만 2527개소로 1년새 2685곳이 늘었다. 지난 2005년 2만 8367개소와 비교하면 7년새 50%(1만4160개)나 증가했다.

정부는 2009년부터 소득 하위계층을 대상으로 보육료를 지원한 데 이어 2012년에는 0~2세 영유아와 5세 아동, 2013년에는 0~5세 아동 전 계층으로 전면 확대했다. 무상보육 확대에 집에서 아이를 키우던 전업주부까지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어린이집이 급증하면서 어린이집은 2014년 4만 3742개소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급격히 증가한 어린이집은 경쟁심화로 인한 경영난과 아동 수 감소로 올해 6월 22일 현재 4만 1441개소로 급감했다. 1년 6개월 만에 2300여개의 어린이집이 사라진 것이다.

특히 가정어린이집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가정어린이집은 2014년 말 2만 3318개소에서 지난 22일 현재 2만 1041개소로 18개월 만에 2277곳이나 급감했다. 문닫은 어린이집의 대부분이 가정어린이집이라는 얘기다. 민간어린이집은 1만 4822개소에서 1만 4387개소로 500곳이 감소했다. 가정어린이집은 보육하는 아동수를 20인 이하로 제한받는 대신 설립이 용이해 아파트 등에서 쉽게 문을 열 수 있다.

반면 국·공립 어린이집은 2014년말 2489개소에서 올해 6월 22일 현재 2756개소로 오히려 267곳이 늘었다. 직장어린이집도 같은기간 193곳이 증가해 학부모들의 대형 어린이집 선호현상을 반영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하게 도입한 무상보육의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백선희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무상보육 실시로 시장 수요가 확보되자 정부가 지급하는 보육수당을 노리고 아파트형 가정어린이집이 급격히 늘어났데 따른 부작용”이라며 “정치권이 보편적 복지라는 명목 아래 무상보육에 따른 정책 기반이나 향후 예산, 비전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인 영향이 현재 어린이집 폐업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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