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한화·롯데 '화학 新삼국지'..패권 누가 쥘까

업계 터줏대감 LG화학, 실적·시가총액 단연 선두
그룹별로 보면 한화 두각..매출·에틸렌 캐파 역전
석유화학 강자 롯데, 삼성 빅딜 완료시 다크호스
  • 등록 2016-03-08 오전 6:00:00

    수정 2016-03-08 오전 6:00:00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LG와 한화, 롯데가 화학업계에서 자웅을 겨루고 있다.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 사업 다각화, 인수합병(M&A) 등의 필승전략을 세운 가운데 이들 3개 그룹은 화학산업이라는 외나무 다리에서 힘겨루기에 나섰다.

최근 조 단위 투자를 단행하며 화학업계에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한화그룹과 롯데그룹은 오너 총수가 화학산업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주도권 싸움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구본준(왼쪽부터) LG 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8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의 대표 화학사인 LG화학(051910)은 매출 규모나 시가총액, 제품 생산능력 등에서 그동안 국내 화학업계 부동의 1위를 지켜왔다. 지난해 매출 20조2066억원, 영업이익 1조8235억원으로 실적에서 단연 선두다. 경쟁사인 롯데케미칼(011170), 한화케미칼(009830) 대비 매출이 약 2배 정도 많고 영업이익도 앞서 있다.

주식시장에서의 기업 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시가총액에서도 압도적인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시가총액 20조원인 LG화학은 코스피 시총 상위 10위권을 맴돌고 있는 반면 롯데케미칼은 시총 11조원, 한화케미칼은 4조원 수준이다.

석유화학업계의 생산능력을 비교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잣대인 에틸렌 생산능력에서 LG화학은 국내 최대인 연 215만t을 기록하고 있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은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의 주원료로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에틸렌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고 있느냐가 통상적으로 화학업계 지배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업계 터줏대감인 LG화학은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 구본준 LG(003550) 신사업추진단장(부회장)을 등기이사로 맞이하는 만큼 신사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시너지를 등에 업고 타이틀 방어에 나설 예정이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구본준 부회장의 이사회 합류 의미에 대해 “그룹 신성장추진사업단장으로서 미래성장사업으로 소재부품사업을 육성하고 있는 LG화학의 등기이사로 참여하는 것”이라며 “전기차나 소재 분야에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학 3사 실적 및 시가총액 비교(단위: 억원, 자료: 각사)
개별 회사가 아닌 그룹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한화그룹은 지난해 5월 한화종합화학과 한화토탈을 새 식구로 맞으면서 LG그룹을 역전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1999년 대림산업(000210)과의 합작투자로 설립한 여천NCC를 통해 연간 191만t의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연 109만t의 에틸렌 캐파를 보유한 한화토탈이 합류하면서 총 300만t의 생산능력을 갖추며 LG화학을 제쳤다. 이같은 에틸렌 생산규모는 지난해말 기준 세계 9위, 국내 1위에 해당한다.

게다가 한화케미칼과 여천NCC, 한화토탈, 한화종합화학의 매출을 더하면 약 24조원 수준으로 LG화학 매출을 뛰어넘는다. 다만 여천NCC와 한화토탈에 대한 한화그룹의 지분율이 각각 50%라는 점에서 단순 합산 비교의 한계도 있다.

롯데그룹은 올 상반기 중 SDI케미칼(옛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문) 인수를 마무리하면 기존 롯데케미칼과 함께 업계 1위 도전장을 내밀 만큼 덩치가 커진다. 지난달 29일에는 삼성 간판을 떼고 롯데정밀화학, 롯데BP화학으로 출범한 새 식구를 계열사로 맞이했다.

롯데케미칼은 영업이익 측면에서 지난해 LG화학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삼성 시절 사업구조 효율화 등 강도 높은 체질개선 작업을 거치면서 작년 영업흑자 전환에 성공한 롯데정밀화학이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효과를 내고 SDI케미칼과의 제품 수직계열화 시너지를 창출한다고 가정하면 올해 당장 영업이익에서 역전을 노려볼만한 상황이다.

순수 석유화학 사업만 놓고 보면 롯데그룹은 지난해 기준 매출에서 LG그룹을 앞서게 됐다. LG화학은 전지사업부문 등을 제외한 기초소재 사업부문에서 지난해 14조6325억원의 매출을 올린 반면 롯데는 롯데케미칼 11조7133억원, SDI케미칼 2조6145억원, 롯데정밀화학 1조1619억원으로 약 8000억원 웃돈다.

업계 관계자는 “LG, 한화, 롯데는 화학 산업에서 일부 다른 제품군과 신사업을 다루고 있어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최근 2년 사이 삼성 화학사 빅딜로 인해 업계 지형이 바뀌고 있어 주도권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별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 현황(자료: 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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