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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지난해 표절논란과 도서정가제 실시 등으로 부침을 겪었던 출판계가 새해 시작과 함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주춤했던 문학계에서 신작 소설과 시집이 줄지어 출간을 예고하고 있고, ‘미움받을 용기’에 1년여를 내준 베스트셀러 1위를 탈환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도 이어진다. ‘컬러링북’ 등으로 심신의 위안과 표현욕구를 채웠던 독자의 관심을 ‘글쓰기’로 돌리기 위한 책도 쏟아질 전망이다.
◇문학계 스타작가 컴백, 성공할까
‘은어낚시통신’을 통해 1990년대 PC통신 시대의 감수성을 보여줬던 윤대녕은 11년 만의 신작 ‘피에로들의 집’(문학동네)을 통해 이달 말 독자를 찾아온다. 1970~80년대 스타작가로 대중의 인기를 끌었던 한수산도 오랜만에 이름을 올린다. 장편 ‘까마귀’(창비)를 15년 만에 개작해 3월께 낼 예정이다. ‘까마귀’는 일제 패망기 원폭을 당한 나가사키로 징용간 한국인의 비극적인 삶을 다룬 책이다. 하성란도 5년여 만에 발표하는 신작 장편(창비)을 같은 달 출간할 예정이다.
‘7년의 밤’ ‘28’ 등 이른바 ‘한국형 스릴러’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정유정은 간척지 신도시 아파트를 무대로 한 1인칭 사이코패스 심리스릴러 ‘종의 기원’(은행나무)을 5월에 낸다. 이외에도 김경욱과 편혜영, 최수철 등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장편 출간을 준비하고 있으며 지난해 이상문학상 수상자인 김숨은 이한열 열사를 소재로 한 ‘L의 운동화’를 민음사에서 낸다.
외국 작가로는 알랭 드 보통이 20년 만에 장편 ‘사랑의 과정’(은행나무)을 선보이고 ‘오베라는 남자’를 통해 국내 팬층을 확보한 프레드릭 배크만도 신작 ‘할머니가 미안하다 전해달라고 했어요’(가제)를 5월 중에 다산북스에서 낼 계획이다.
◇‘미움받을 용기’ 아성 깰 후속작은
지난해 국내 출판계에서 화제작은 단연 ‘미움받을 용기’(인플루엔셜)다. 일본인 저자 기시미 이치로와 고다 후미다케가 쓴 ‘미움받을 용기’는 아들러 심리학을 바탕으로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을 담아 한국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2014년 11월 발간 이후 지난해 2월 첫주부터 주요 서점가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했고 올해 초까지 45주째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김광식 서울대 교수의 에세이집도 2월 중 김영사에서 나올 예정이다. 김 교수는 김광석의 노래를 통해 니체의 철학, 삶의 행복에 대한 강의로 인기를 얻고 있는 문화철학자다.
김윤경 김영사 편집주간은 “‘미움받을 용기’가 순위에서 내려오면 출판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에 대한 힐링을 넘어 ‘각자도생’의 시대에 맞춰 개인의 행복을 구체적으로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책들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글쓰기’ 열풍 계속 이어지나
지난해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생각의길)과 강원국의 ‘대통령의 글쓰기’(메디치) 등 글쓰는 법을 알려준 책들이 주목을 받았다.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자기표현 욕구가 강해진 데다가 취업시장에서 ‘자기소개서’의 비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세태를 반영했다. 올해도 이 같은 트렌드는 달라지지 않고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김현종 메디치미디어 대표는 “독자의 표현욕구가 폭발 수준에 와 있다”며 “한국적인 문화와 풍토에 맞는 글쓰기 방법론을 찾는 일반인의 수요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진영균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장은 “올해 출판트렌드를 자체적으로 살펴본 결과 글쓰기 플랫폼이 더욱 다양화하면서 그에 맞게 보다 세분화하고 전문적인 영역의 글쓰기 책이 독자의 관심을 끌 것으로 분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