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노블리스 오블리주]'책임' '제재' 없는게 정치인의 진짜 특권

윤리심사자문위 결정해도 정작 윤리특위는 심사 안 해
불체포특권 악용도 문제…'폐지 추진' 朴 공약에도 명시
  • 등록 2015-10-06 오전 6:00:00

    수정 2015-10-08 오전 10:29:09

[이데일리 김정남 강신우 기자] ‘심학봉 제명안’이 지난달 16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문턱을 넘은 건 우리 헌정사에 있어 굉장히 희귀한 경우다. 지난 1991년 국회 윤리특위 설치 이후 두 번째다. 그 전에 징계안이 폐기되지 않고 전체 국회의원들의 표결을 거친 것은 18대국회 당시 ‘강용석 제명안’이 유일했다.

그만큼 국회는 의원들의 윤리적 도덕적 문제를 ‘모른 척’하고 넘어갔다. 국회법상 의원이 품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의무사항임에도 아무런 처벌이 없었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엔 권력이 모든 것을 가리는 불투명 사회였기 때문에 범죄에 가까운 행위들도 묻히는 게 다반사였다”면서 “이젠 그런 행동들이 낱낱이 공개되기 때문에 국회가 먼저 자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윤리심사자문위 결정해도 정작 윤리특위는 심사 안 해

그럼에도 국회의 윤리 불감증은 여전하다. 국회 윤리특위는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검토해 징계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의견 결정문이 넘어와도 제대로 논의하지 않고 있다.

자문위는 지난 2013년 9~10월 심사를 통해 임내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30일 출석정지’ 징계를 결정했다. 임 의원은 그해 7월 기자들과 오찬에서 “서부 총잡이가 죽는 것과 붕어빵이 타는 것, 처녀가 임신하는 것의 공통점을 아느냐. 답은 ‘너무 늦게 뺐다’는 거다”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자문위 내부에서는 출석정지를 넘어 제명 논의까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윤리특위는 지난 2월 징계심사소위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않았다. 이외에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과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 홍익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에 대한 징계도 ‘공개회의 사과’로 자문위는 정했지만, 이후 가결되지는 않았다.

물론 동료 의원을 제재한다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만큼 하나의 ‘제도’로 작동하게 하는 건 의원들 스스로 할 일이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윤리의식 자체가 선진국의 의원들보다 저하돼있는 상황”이라면서 “윤리특위에서 징계 조항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체포특권 악용도 문제…‘폐지 추진’ 朴 공약에도 명시

범법 혐의를 받고도 ‘방탄국회’ 뒤에 숨는 불체포특권도 논란이다. 불체포특권은 현행범이 아닌 이상 회기 중에는 국회 동의없이 체포되지 않을 권한을 말한다. 그러니까 일반인이 범죄 혐의가 포착될 경우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 체포할 수 있지만 의원이 연루될 경우엔 국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불체포특권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다. 삼권분립 원칙상 입법부가 행정부를 비판하는 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허용됐다. 이 제도 자체가 비판 받기는 애매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불체포특권이 특혜 시비를 불러오는 경우다. 지난해 9월 3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철도부품 제작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부결됐다. 재적의원 223명 중 찬성 73명, 반대 118명, 기권 8명, 무효 24명. 송 의원은 그해 연말까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다. 당시 결정에는 의원들이 ‘제식구 감싸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

송 의원 뿐만 아니다. 19대국회 때는 2012년 7월 ‘정두언 체포동의안’도 부결됐다. 17대국회 당시 박창달 전 의원에 대한 체동의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는 “불체포특권은 의정활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특권”이라면서 “의원들의 무책임을 막기 위해 악용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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