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 마라톤 협상에도..南北, 오후 3시 2차 담판 시도(종합)

9시간 45분 협상 끝에 정회, 23일 오후 3시 접촉 재개
南 목함지뢰 도발·서부전선 포격도발 사과 요구
北 대북 확성기 방송 중한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 등록 2015-08-23 오전 6:43:52

    수정 2015-08-23 오전 7:00:20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촉발된 한반도 물리적 충돌 상황을 해결하고자 남북이 9시간45분에 걸친 마라톤 고위당국자 간 접촉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정회됐다. 다만, 남북은 23일 오후 3시에 접촉을 재개, 대화의 끈을 이어가기로 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오전 춘추관 브리핑에서 “남북은 지난 22일 오후 6시30분부터 잠시 전인 23일 새벽 4시15분까지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을 진행했다”며 이런 내용을 담은 ‘남북 합의문안’을 발표했다.

민 대변인은 “이번 접촉에서 쌍방은 최근 조성된 사태의 해결방안과 앞으로의 남북관계 발전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며 “남북은 새벽 4시15분에 정회했으며 쌍방의 입장을 검토한 뒤 23일 오후 3시부터 다시 접촉을 재개해 상호 입장 차이에 대해 계속 조율해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당초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협상 결과 관련 발표도 2차 접촉 이후로 미뤄졌다. 민 대변인은 “남북 접촉이 끝난 것이 아니라 정회를 한 것이기 때문에 당초 말씀드린 대로 김 실장께서 직접 브리핑할 수 없게 된 점도 너그럽게 양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이번 접촉에서 우리 측은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도발 등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책을 촉구했고, 북측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접촉이 박근혜 정부 들어 성사된 첫 고위급 협상이라는 점과 남북 합의문안에 “남북관계 발전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는 문구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군사·안보문제뿐 아니라 금강산 관광 재개나 5·24 조치 해제, 더 나아가 이산가족 상봉,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등 남북 간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더 이상의 언급을 자제한 채 오후 3시 재개될 2차 접촉 준비에 들어가는 한편,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참모는 “대화의 결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며 “(2차 접촉에서) 의미 있는 합의문이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접촉 정회를 두고 양측이 쟁점 사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재가를 받지 못했다는 ‘부정론’과 협상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문안 조율 등을 위한 잠시간의 휴식이라는 ‘긍정론’이 함께 제기된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접촉을 재개한다는 것 자체가 현 상황에 대한 강한 해결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접촉에 우리 측에서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북측에서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참석했다. 김 실장과 황 국장의 만남은 지난해 10월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계기 오찬 회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로, 남북 간 장관급 이상 고위급 회담이 이뤄진 건 2007년 11월 남북 국방장관 회담 이후 약 8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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