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150일]②정치적 타협에 누더기 된 공무원연금

20년간 연금 지급률 1.9%→1.7% 인하 대표적 독소조항
수급자는 개혁 제외돼 도마에…재정절감 효과도 의문
與 일각서도 불만…"누가 봐도 완전하지 않은 개혁안"
  • 등록 2015-05-29 오전 5:30:30

    수정 2015-05-29 오전 5:30:30



박근혜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지난해 12월29일 국민대타협기구 출범 이후 150여일 만이다. 여야 정치권 외에 정부와 공무원단체, 전문가들이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이름으로 머리를 맞댔다. 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이에 이데일리는 이번 개혁 과정 전반을 돌아보고 우리사회에 던져진 화두도 진단해본다.

[이데일리 김정남 강신우 기자] 지난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 이 자리는 공무원연금 개혁 막판 쟁점이었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 국회 규칙안 문구가 주요 의제였다. 실제 의총에서는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내용 자체를 둘러싼 공방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숨어있는 당 내부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한 초선 의원은 당시 의총 전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지도부에 밉보일까봐 말을 안하는 것이지 누가 봐도 완전하지 않은 개정안”이라면서 “개정안의 내용과 협상 절차의 문제점 모두 의총에서 얘기할까 고민중”이라고 했다.

또다른 재선 의원도 “지도부가 얘기하는 ‘최상의 안’이라는 것도 정치적으로 야당을 감안해야 한다는 차원으로 이해한다”면서 “내용만 보면 개혁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20년간 연금 지급률 1.9%→1.7% 인하 대표적 독소조항

‘디테일’까지 들여다보는 연금 전문가들의 평가는 더 박하다. 지속가능성 측면은 말할 것도 없고, 연금 수급자와 장기 재직자의 고통 분담이 현저히 낮다는 측면에서 공무원사회 내부의 세대갈등을 부른 ‘누더기’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주요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게 내년부터 현행 지급률 1.9%에서 1.7%로 인하하되, 이를 20년간 한다는 점이다. 오는 2020년까지 1.79%로, 2025년까지 1.74%로, 다시 2035년까지 1.7%로 단계적으로 내린다는 것이다. 다만 이럴 경우 장기 재직자가 느끼는 개혁의 강도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익명을 원한 한 국립대 교수는 “기존에 재직 중인, 특히 40대 후반부터는 영향을 거의 안받는 것”이라면서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을 보호하는 정도로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급률은 미흡한 수준이라고 본다”고 했다.

지급률 인하 기간을 20년으로 잡은 만큼 이 기간에는 추가적인 개혁을 원천 봉쇄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무원단체들이 요구한 ‘20년’을 그대로 다 들어준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여야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합의했을 당시에도 청와대는 상당히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수급자는 개혁 제외돼 도마에…재정절감 효과도 의문

기존 수급자들의 연금액 인상을 향후 5년간 동결하도록 한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치인들은 위헌 가능성을 거론하며 “수급자들의 연금을 동결해 죄송하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의 지적은 다르다. 신규자와 재직자 외에 수급자 역시 개혁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은 “수급자의 연금을 개혁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그는 “(공적연금의 시초인) 독일은 개혁시 수급자도 함께 조정된다”면서 “연금제도를 만든 서양에서 수급자도 영향을 받는데, 그 제도를 이어받은 우리나라는 왜 위헌인가”라고 반문했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도 “법적 검토를 거쳐 수급자의 연금도 깎아야 했다”면서 “신규자와 재직자, 수급자간 연금개혁 효과가 상당히 다르게 나타날텐데 큰 문제”라고 했다.

공무원연금액 상한 규정이 기존 전체 공무원 평균소득의 1.8배에서 1.6배로 소폭 낮아진데 대한 비판도 일부 있다. 월 연금 상한이 804만원에서 715만원으로 낮아진 것인데, 더 깎아야 했다는 것이다. 급격한 고령화로 고액 수급자는 더 많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이 공무원연금공단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실제 400만원 이상 연금을 받는 퇴직 공무원은 지난 2013년 1853명에서 지난해 2403명으로 29.7% 증가했다.

향후 70년간 333조원의 재정절감 효과가 있다는 새누리당의 홍보 포인트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연금 전문가는 “공무원들이 연금 개혁을 한 보상 차원에서 월급을 더 올려달라고 할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재정절감 효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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