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단협 합의..'실리'와 '지혜'의 승리

3년째 파업없이 잠정합의안 마련
기아차 보다 높은 임금인상률..실리위주 집행부 타임오프 양보
회사, 인내심 유지한 현안 처리 돋보여
  • 등록 2011-08-24 오전 7:09:58

    수정 2011-08-24 오전 9:24:58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노조전임자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로 긴장감이 고조됐지만, 현대차(005380) 노사는 24일 새벽 3년째 파업없이 임단협 잠정합의안 마련에 성공했다.

현대차 노사가 신임 집행부 선거와 타임오프라는 갈등의 장벽을 넘어 잠정합의안 마련에 성공한 것은 노조의 실리주의와 회사의 지혜로운 대처가 기여했다는 평이다.

◇ 기아차보다 인상률 높아..노조의 실리주의  타임오프를 놓고 노조는 기존의 노조전임자 수(237명) 유지를 주장한 반면,회사는 새 노조법 기준에 맞춰 26명으로 줄이자면서 첨예한 의견 차를 보였다. 타임오프에 반발한 현장조직들을 중심으로 대의원 대회에서 쟁의발생을 결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 노사는 현행 노조법에 맞춰 회사에서 월급을 주는 유급전임자를 26명으로 하고, 무급전임자 85명은 노조비에서 충당하는 데 합의했다. 유·무급을 포함해 전임자 수가 237명에서 111명으로 절반이상 줄어든 것이다.

현대차 노조 집행부가 타임오프에 합의한 것은 같은 그룹인 기아차 노사가 합의한 데다, 최근 불어닥친 미국 및 유럽발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 속에서 타임오프를 이유로 파업하는 데 따른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 간부들은 타임오프가 노조운동 탄압이라는 생각이지만, 조합원들 정서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타임오프를 양보한 대신 역대 최고 수준의, 기아차 보다 높은 임금인상률과 명절선물비로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추가지급 등 각종 복지혜택을 따냈다. 현대차는 현금대신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110여억원을 마련, 재래시장 상품권을 주기로 했다.

기본급 9만3천원(기본급 대비 5.41%, 통상급대비 4.45%) 인상과 성과·격려금 300%+700만원, 무파업 타결시 주식 35주 지급, 근속수당 5천원 인상, 제도개선 통합수당 1천800원 인상, 연월차 수당 50% 인상(현재 100%), 정년연장(59세 퇴직후 계약직으로 1년 연장, 현재는 58세)등에 합의했는데 이는 기아차(000270) 보다 높은 수준이다.

최종 타결된 기아차의 경우 기본급 9만원(기본급 대비 5.17%) 인상과 성과·격려금 300%+700만원 지급, 회사주식 80주 지급 등이 이뤄졌다.

떨어진 주가 등을 감안시 600만원 정도로 무상주 지급 규모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비슷하지만 기본급 인상에선 현대차가 더 많이 인상됐다.

현대차 노조는 이번에 잠정합의된 무급전임자 85명의 월급을 조합비 인상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역대 최고의 임금인상이 이뤄진 만큼, 조합비 인상에 대한 조합원 불만도 거의 없을 전망이다.

이경훈 위원장이 이끄는 현 집행부는 지난 2009년 10월 강성 노선의 후보들을 물리치고 안정과 실리를 원하는 조합원의 지지를 받아 출범했다.

◇ 실정법 준수로 이미지 타격 막아..회사의 협상 지혜 현대차 노사는 오늘까지 78일 동안 임단협 교섭에 나섰지만, 타임오프 문제로 막판까지 고통 받았다. 회사측은 글로벌 기업인 현대차가 타임오프 관련 실정법(노조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글로벌 기업으로서 막대한 대외 이미지 추락이 우려된다고 했지만, 노조측은 노동운동 탄압이라 반박했다.

하지만 이번에 개정 노동법을 준수하는 내용의 잠정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현대차는 국내 자동차 업계 선두 주자로서의 면모를 재확인시켰다.

막판 교섭에서 10여 차례의 정회를 거듭하는 등 혼선을 빚었지만, 현대차는 최대 실적에 걸맞는 합리적인 임금인상, 실정법 준수, 사회적 책임이란 원칙을 끝까지 지켰다.

또한 지난해 사회공헌 기금 40억원 출연한 데 이어 올해도 동일한 금액을 출연, 불우 이웃을 돕기로 했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해 110억원을 조성, 명절 선물비로 1인당 20만원을 재래시장 상품권으로 지급키로 했다. 현재는 추석과 설에 15만원씩 총 30만원을 지급했지만, 여기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을 추가해 50만원으로 올린 것이다.

김억조 현대차 사장은 임단협 상견례 직후인 6월11일 대자보를 통해 직원들에게 임·단협의 중요성을 언급한 뒤 여름휴가 기간에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고, 이경훈 지부장의 새끼 손가락 절단 사건이후 협상이 꼬일 조짐을 보이자 먼저 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협상 재개를 요청하는 등 매 순간마다 지혜를 보여줬다.

이같은 노사의 노력 덕분에 현대차의 노사관계는 3년째 무파업 임단협 잠정합의를 계기로 안정기조에 접어들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가 26일 노조원 찬반투표 뿐 아니라 9월이후 치뤄질 신임 노조 집행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 관련기사 ◀ ☞현대차, 임금 올리고 타임오프는 법대로..잠정합의(종합) ☞현대차 임단협 잠정합의..노조전임자 반 이상 줄어(2보) ☞현대차 노사, 3년연속 무파업 임단협 잠정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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