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올 1월까지 7회에 걸쳐 기준금리를 0.5%에서 3.5%까지 끌어 올렸으며 이후 현재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긴축의 목표는 물가 안정과 부채 축소(디레버리징)였다. 하지만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놓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 2.3%까지 낮아졌으나 이후 3개월 연속 상승 곡선을 그리며 지난달 3.8%로 치솟았다. 기업부채 비율도 전분기 대비 5.2%포인트, 전년동기 대비로는 5.7%포인트가 급등했다.
한국 기업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줄도산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들을 부채의 함정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대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9월까지 법원에 접수된 법인파산 신청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나 늘었다. 이들 가운데 일시적 유동성 위기만 넘기면 회생시킬 수 있는 곳이 적지 않다. 회생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은 부채의 부담을 줄여주고 적절한 자금 지원을 통해 살려야 한다. 여야는 지난달 일몰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연내 재입법을 서둘러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