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기 전부터…박스피 장세에 보험株 찾는 이유

코스피 보험지수, 지난달 2%↑
지루한 박스피에 예년보다 일찌감치 수급 관심
"3분기부터 새 기준 적용, 보험주 옥석가리기"
  • 등록 2023-09-05 오전 6:40:00

    수정 2023-09-05 오전 6:40:00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국내증시가 글로벌 악재에 휘말리며 지루한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가 이어지자 그간 성장주 위주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보험주에 투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올해 배당수익률이 다른 업종에 비해 양호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찬바람이 불기도 전에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게티이미지)
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보험 지수는 지난 8월 한 달간 2.09%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2.90% 내린 것에 비하면 선방한 성적이다.

‘찬바람이 불면 배당주에 투자하라’는 주식시장의 오랜 투자 전략을 올해는 앞서 실천하는 모습이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에 수급이 일찌감치 배당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보험사 중 가장 높은 배당수익률이 기대되는 기업으로 한화생명(088350)을 손꼽고 있다. 한화생명은 2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1564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56% 급감했다. 이에 주가는 지난 18일 장중 2150원까지 밀렸으나 곧바로 회복세를 보여 지난달 말 2400원대로 올라섰다. 한화생명의 주주환원 의지가 상대적으로 높아 배당수익률이 1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 자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삼성생명 35~45%, 동양생명 30% 등 경쟁사의 목표 배당 성향과 시장 요구 배당수준 등을 고려해 한화생명도 30%까지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배당성향이 29.0%일 때 주당 배당금은(DPS) 300원, 지난달 종가 기준 배당 수익률은 12%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도 “한화생명 밸류에이션은 개선된 이익 체력과 재무 구조 대비 현저하게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삼성화재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투자처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삼성화재는 2분기 당기순이익이 603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3% 증가했다. 이에 올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216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3% 늘었다. 법인세 효과를 제외하면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삼성화재가 3분기 결산부터 계리적 가정(해지율 등)을 적용하더라도 배당 안정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했다. 이에 삼성증권은 목표주가를 28만에서 31만원으로 올렸고, 이베스트증권은 27만원에서 28만원으로 상향했다. SK증권은 목표주가를 33만원으로 제시하며 삼서화재를 신규 편입했다.

설 연구원은 “배당 성향 30%를 가정하면 올해 주당 배당금은 1만5900원이고, 예상 배당수익률은 6.3%”라며 “업계 최상위 수준의 자본력을 고려했을 때 계리적 가정을 적용, 초기 불확실성에도 이익 개선을 주주환원으로 부담 없이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는 새로운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보험사 간 멀티플(실적 대비 주가 수준) 격차가 커질 것으로 보고 주가 상승 재료가 있는 종목에 선별적으로 접근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보험사 순이익이 계약서비스마진(CSM)으로 인해 부풀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3분기 실적부터 CSM을 보수적으로 산정토록 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이에 상당수 보험사 실적이 이번 분기부터 악화하며 회사 간 실적 차이가 뚜렷해질 전망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계리적 가정 완전 적용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보험업종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해소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며 “회사 간 멀티플 격차가 나타나는 것은 불가피한 만큼 저평가 종목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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