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눈]'유커의 무기화'가 두렵다

  • 등록 2016-10-05 오전 5:00:00

    수정 2016-10-05 오전 5:00:00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국경절 연휴(10월1∼7일)를 맞아 해외로 나가는 중국인들이 크게 늘었다. 중국인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지면서 국경절이 해외 여행을 가는 시기로 자연스럽게 인식될 정도다.

중국 국가여유국과 중국 최대 여행사 씨트립(Ctrip)이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경절 연휴 기간 600만명에 달하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해외로 출국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한국이 태국과 일본을 제치고 가장 인기 좋은 관광지로 꼽혔다.

중국인들은 주로 쇼핑과 건강체험을 위해 한국을 찾는다. 또 항공편 이동과 비자 발급이 편리한 이유도 꼽을 수 있다. 물론 중국 내 형성돼 있는 탄탄한 한류(韓流) 마니아층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아시아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가장 많이 유치했던 태국이 올해 한국에 1위 자리를 내준데에는 신생아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 우려 탓이 크다. 태국에서는 올 들어 모두 349명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며 최근에는 지카 바이러스에 의한 소두증 출산 사례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처음 보고됐다. 중국인들은 지난해 한국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태국의 지카 바이러스를 우려해 관광을 꺼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반면 한국 관광업계는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눈치다. 국경절 기간 25만명의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한국을 찾아 약 6000억원을 소비할 것으로 국내 유통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불거진 한·중 갈등 속에서도 지난해 국경절 때보다 한국을 방문하는 유커 수가 증가한 것은 태국 영향이 컸다.

우리 관광업계는 명동, 동대문, 제주도, 부산 등 전국 유명 관광지를 여행할 수 있는 유커들을 겨냥해 국경절 맞춤형 여행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어 서비스는 기본이고 각종 결제 시스템도 중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바꿨다. 유커 1인당 지출 비용이 8000위안(132만원)을 넘어선다고 하니 관광업계로서는 이같은 ‘대목’을 그냥 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유커 의존도가 갈수록 심해지는 현상은 썩 바람직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중국은 종종 국가 간 정치적 갈등을 경제적 압박으로 풀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중(對中) 경제의존도 심화는 정치외교적으로도 중국을 향한 우리의 목소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가까운 예로 대만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유커들이 내수 부진을 메워줬던 대만은 중국과 관계가 틀어지면서 경기 침체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 5월 취임한 차이잉원 총통과 민진당이 전임 마잉주 정권과 달리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수용하지 않은 결과다.

양안 관계가 경색되면서 대만을 찾는 유커 수는 급감했다. 단체여행객 수는 차이 총통이 취임한 5월부터 4개월 연속 30%대로 감소했다. 나아가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역 규모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렇다 보니 유커 감소로 피해를 입은 대만 백화점·호텔 등 여행업계는 차이잉원 정부에 ‘92공식’ 수용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이 관광객을 무기화해 대만을 상대하는 현상을 목격한 만큼 우리도 유커 의존도 심화는 향후 부메랑처럼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중국의 사드 관련 경제 압박은 아직은 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한국에 사드가 실제 배치되면 중국이 전방위적으로 한국에 보복 조치를 가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 정가에서는 사드 관련 한국에 대한 제재가 ‘몸풀기 수준’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경절 기간 유커를 맞이하느라 분주한 대한민국 모습이 다소 불안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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