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에 국정교과서 야그 듣고는 못 쓰겠다 싶든디. 처음에는 사람이 괜찮다 싶었는디 별수 없구나, 이 사람은 우리랑 생각이 다르구나 싶어이”(남정동에서 거주하는 52세 김 모씨)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26년만에 보수정당 깃발을 꽂은 순천·곡성은 호남권에서도 유일한 여당 지역구다. 덕분에 이 의원은 한순간에 지역주의 타파 정치인으로 올라섰다.
22일 찾은 전남 순천·곡성은 그 흔한 예비후보 홍보용 플랜카드도 보이지 않았다. 선거를 앞두고 있는 곳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조용했다.
야당 텃밭의 철옹성을 무너뜨린 이 의원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는 야권 텃밭에서 혈혈단신 뛰어든데 대해 쉽지 않다는 점을 토로하면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순천 여수 광양을 포함한 전남 동부권, 나아가 호남에 할일이 많다”면서 ‘이정현은 인물이 아니다. 일꾼이다’라는 생각으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자전거를 타고 민심 탐방을 하고 있다. 그의 친서민적인 모습은 순천 시민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택시운전사 강 모(71세, 남)씨는 “이정현 의원이 소통을 참 잘하더라”라면서 “순천에 내려오면 역전이나 터미널에 온다. 올때 항상 자전거를 타고 온다. 기사들이랑 300원짜리 자판기 커피 한잔 하면서대화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집권여당 실세로 그가 예산확보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높다. 왕지동에 거주하는 허 모(52세, 남)씨는 “아무래도 예산 때문에 이번에도 새누리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여당의원이 처음으로 됐는데, 야당때보다 더 낫다는 여론이 많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서갑원 전 더민주 의원과 노관규 전 순천시장이 유력한 대항마로 손꼽히고 있다.
대표적인 친노인사인 서 전 의원은 지난 17·18대 국회의원을 이곳에서 지냈다. 하지만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비리사건에 연루되면서 그는 2011년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후 2013년 특별복권된 뒤 7·30 재보선 때 명예회복에 나섰지만 결국 이 의원에게 패배했다.
서 전 의원은 최근 아침마다 2시간씩 석고대죄를 하고 있다. 야권 분열과 더불어 새누리당에게 지역구를 뺏긴데에 대한 사죄하는 마음을 담았다. 벌써 한달이 넘었다. 처음에 반신반의했던 시민들도 그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인다.
연향동에서 한약국을 운영 중인 최 모씨는 “처음에는 선거철때마다 으레 하는 것이겠구나 싶었다. 또 며칠하다가 말겠지 했는데 요즘 날씨도 추운데 누가 보든 안 보든 아침마다 석고대죄를 하고 있다. 주변에서도 뽑아줄테니 그만하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기계정비업을 하고 있는 이 모(34세, 남)씨는 “순천만정원 박람회 텃밭을 가꾼게 노관규 전 시장이다. 시장 다 끝나고 국회의원 했으면 좋았을텐데 중간에 그만둬서 말들이 많았다”면서 “그래도 노관규가 다시 나온다면 지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그래도 노관규’라는 깃발을 꽂은 배낭을 메고 지역 민심을 듣고 있다.
노 전 시장은 “주변에서는 탈당하라는 의견도 많지만 여전히 고민 중이다. 실제로 정치활동 한 이후 단 한번도 당을 옮겨본 적이 없다.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속내를 밝혔다.
노 전시장이 탈당해 국민의당에 합류하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표가 분산되면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 혜택을 볼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순천·곡성(30만9727명)이 인구 초과로 선거구 획정시 곡성이 분리될 가능성이 높다. 곡성이 고향인 이 의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역의원인 김광진 비례대표 의원도 출사표를 던졌다.지난 10일 김광진 의원은 이번 의정보고회를 통해 순천이 키운 국회의원이 이제 순천 발전과 그에 따른 비젼을 제시하여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20대 청년과 40대 장년 그리고 70대 노년까지 주민 모두가 행복하고, 농촌과 원도심 등을 비롯한 순천, 곡성 모두가 발전할 수 있는 관광분야 ‘247 프로젝트’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