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주택의 덫]뒷짐 진 국토부…팔 걷은 권익위

조합원 부담 눈덩이처럼 불어도
주무부처 대안 마련 '글쎄'
권익위-지자체 공동 토론회 개최
부지 공개, 회계감사 의무화 추진
  • 등록 2015-10-12 오전 6:00:00

    수정 2015-10-12 오전 8:06:50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지역주택조합 시장이 최근 급성장세를 보이자 정부도 제도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사업 확대로 인한 순기능보다 조합원 피해 등 부작용과 사회적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더 커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오는 16일 지방자치단체 실무진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토론회 등을 거쳐 국토교통부에 연내 제도 개선을 권고할 계획이다. 권익위는 앞서 전국 17개 시·도의 지역주택조합 현황 자료를 취합하고 제도 보완 방안을 직접 마련하고 있다.

주택정책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지자체의 거듭된 요구에도 대안 마련에 소극적이자 직접 발 벗고 나선 것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국토부가 제도 개선이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대신 사업 신뢰성을 높일 최소한의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책임 있는 사업자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것이 권익위가 잡은 주요 제도 개선 방향이다. 이를 위해 조합의 사업 부지 확보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사업 계획 승인 이전에도 조합 회계 감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조합 임원과 업무 대행사 등이 토지 확보 정보를 독점한 탓에 예비 조합원들이 제대로 된 사업 현황조차 모른 채 수천만 원의 투자금을 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정보 비대칭’을 없애고 업무 대행사가 예비 조합원들이 쓴 돈을 함부로 쓰지 못하도록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조합 업무를 대행할 수 있는 ‘등록사업자’ 요건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자본금 5억원 이상, 최근 5년간 주택 건설 실적이 100가구 이상인 사업자여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등록사업자 요건을 갖춘 건설사는 뒷짐을 지고, 군소 업무 대행사가 실질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만큼 문턱을 낮춰 부동산 개발회사(디벨로퍼) 등 전문성을 갖춘 업체의 사업 참여를 유인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지금 조합 사업은 실질적인 업무를 대행사와 시공사가 하면서 책임은 조합이 다 떠안는 구조”라며 “사업 참여자들이 리스크를 나눠 갖도록 하고, 추진위원회 단계부터 지자체 등록을 의무화해 관리의 틀 안에 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 소장은 “업무 대행사가 사업 완료 후 대행비를 받도록 제한해 ‘먹튀 사업자’를 방지해야 한다”며 “예비 조합원이 토지나 조합원 확보 여부 등 각종 사업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정보 공개 청구를 허용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인허가 기관인 지자체가 과도한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등 규제를 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은 기본적으로 사적 자치에 맡긴 사업이어서 공공이 개입해 ‘감 놔라 배 놔라’ 하면 취지 자체가 무색해질 수 있다”며 “권고안의 현실성을 고려해 본 뒤 제도에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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