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검은돈’이 흘러들어 가는 차명계좌를 원천적으로 금지하자는 공감대가 여야를 넘어 확산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들이 법안 발의에 착수하면서 관련 논의가 9월 국회에서 본격화될 예정이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최근 타인의 이름을 빌리는 차명금융거래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차명계좌 사실이 적발되면 차명계좌 평가액의 30%를 부과하는 한편,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3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하도록 했다. 부동산 실명제법의 논리를 그대로 가져온 셈이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도 같은 흐름에서 법안을 발의했다. 정무위 여당 간사이자 법안소위 위원장인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도 8월 중순 관련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현재 금융실명제법은 ‘실명이 아닌 거래’만을 규제한다. 즉 해당 계좌의 이름이 ‘없는 이름(虛名)’인지 ‘가명(假名)’인지만 따지면서, ‘합의에 의한 차명(借名)’에 대해서는 구속력이 없다. 검찰이 회삿돈을 유용해 수백 개의 차명계좌에 비자금을 조성하고 탈세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현 회장에 대해 배임·횡령 혐의를 적용할 뿐, 차명계좌 거래 자체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못하는 이유다. 조세피난처에서 수백 개의 차명계좌가 발견됐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처벌이 어려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 같은 방안에 반대하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선의의 차명계좌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 관련 규제를 도입하기 어렵다”며 “현행 법규를 유지하되 적발 때 조세 포탈 등으로 제재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실효성에 대해서도 정치권과 정부의 시각은 다르다. 의원들은 차명계좌법을 개설함으로써 290조원에 이르는 지하경제를 양성화할 수 있고 주식차명거래로 주가를 조작하는 등의 불공정거래를 제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반면 금융당국은 이미 의심거래에 대해선 금융기관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고 차명계좌를 통한 탈세·탈루 등에 대해선 관련 형법을 통해 이미 법적인 제재는 충분하다고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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