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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검은 옷을 입고 선 남자는 인간 본연의 깊은 내면을 드러낸다. 그 주위를 오가는 여자는 인간의 방황과 고뇌 그 자체다”(신현지 B 프로젝트의 ‘노력의 증거’).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많은 경험과 감정은 봄·여름·가을·겨울이란 자연의 시각적 이미지로 이야기할 수 있다”(서울발레시어터의 ‘사계’). “오네긴은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돼버린 사랑하는 타티아나를 보며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절규한다”(유니버설발레단의 ‘오네긴’).
대표적인 발레 레퍼토리와 창작발레를 한자리에 모아놓은 무대가 마련된다. 6월 1일부터 7월 13일까지 한 달 보름여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CJ토월극장, 자유소극장 등에서 열리는 ‘2013 대한민국발레축제’다.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이원국발레단, 와이즈발레단 등 국립단체부터 신예 안무가까지 총 15개 팀이 참여해 18편을 무대에 올린다.
중견 안무가들의 작품 가운데에선 ‘카르멘’이 돋보인다. 신무섭댄스씨어터가 준비한 이 작품은 오페라 카르멘의 스토리를 배경으로 인간의 성과 또 다른 성에 대한 호기심과 정체성을 표현한다(22일). 김용걸댄스씨어터의 창작극 ‘워크 2-1’은 특정한 내용이나 줄거리를 배제하고 기존 클래식발레의 동작을 확장시켜 각각의 동작들이 가지고 있는 예민함을 최대한 증폭시킨다(24일). 이외에도 서울발레시어터의 ‘사계’(20일), 백영태발레류보브의 ‘2013 아! 김유정, 미친 사랑의 노래’(22일), 이원국발레단의 ‘발레, 말러교향곡 5번’(24일)이 무대에 오른다.
대작도 준비됐다. 국립발레단의 ‘차이콥스키: 삶과 죽음의 미스터리’는 차이콥스키의 일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임종 직전의 그가 임종하는 짧은 순간에 지난 삶을 회상한다(28, 30일). 유니버설발레단의 ‘오네긴’은 죽음보다 잔인한 사랑을 표현한 이 시대 최고의 드라마발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의 전성기를 일궈낸 안무가 존 크랑코의 대표작이다(7월 6~13일).
발레축제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올해 축제는 신예 안무가들의 참여 비중을 높였다”며 “처음으로 사용하게 된 CJ토월극장의 최신 음향과 넓은 무대에서 발레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지난해와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02-580-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