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난장판된 `통신관로` 공청회

  • 등록 2012-03-05 오전 9:15:21

    수정 2012-03-05 오전 10:29:40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당신 맨홀 뚜껑 열어 봤어? 몇 번이나 들어가봤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지난 2일 용산 국립전파진흥원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열린 `관로 및 케이블 필수설비 제공 기술검증 공청회`는 집회현장을 방불케 했다. 

이날 공청회는 KT(030200)가 보유한 통신 필수설비인 관로 등을 얼마 만큼 경쟁사에 내 줘야하는지에 대한 기술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통신공사업체 관계자 200여명이 KT 편과 반(反) KT 편으로 나눠 기싸움을 벌이면서 난장판이 됐다.   전자통신기술연구원(ETRI)의 기술검증 결과 발표가 50분 가량 이어지자 방청석에서는 "다 아는 얘긴데 언제까지 하고 있을 거냐" "SK브로드밴드(033630) 편만 들지 말라"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심지어 토론에 참여한 한 패널이 KT 관로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자 "쥐뿔도 모르면서 그만 하라"는 고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KT측 공사업체들은 KT 통신 관로를 열면 경쟁사 공사업체로 일거리가 넘어가 밥줄이 끊기게 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LG유플러스나 SK브로드밴드 등은 전체적으로 시장 규모가 커지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한다. 일각에서는 사업 발주처인 각 통신사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공사업체들이 이번 공청회에서 통신사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KT측 공사업체 한 직원은 "세계 일류의 초고속인터넷망이 누구 덕에 만들어진건데 이렇게 쫓겨날 수는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통신강국으로 부상한 데는 일일이 땅을 파고 관로와 케이블을 매설한 통신공사업체들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이들이 공청회장에서 보여준 행동은 IT 산업역군이라기보다는 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이기주의의 화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KT 통신관로 할당 문제는 불필요한 통신관로 투자를 줄여 기업의 투자역량을 제고하는데 목적이 있다. 기업 차원으로 보면 KT는 손해를 보고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는 이익을 본다. 하지만 이번 논의는 사회적 투자 낭비를 줄여보자는 차원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합리적 대안을 찾기 위해 토론하고 논의하는 장이 공청회다. 공청회 자체를 파행시키는 것은 폭력이나 다를 바 없다.

▶ 관련기사 ◀ ☞SKB·LG U+ "KT 통신관로 열면 1만5000명 일자리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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