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용 LG電 부회장 "나쁜 이익은 독이 될 수 있다"

"환율 등 외부변수에 따른 이익은 기본체질과 무관"
"조직변화 느슨해지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 등록 2008-03-23 오전 11:00:00

    수정 2008-03-24 오전 9:02:00

[이데일리 박호식기자] 남용 LG전자(066570) 부회장(사진)이 임직원들에게 "환율 상승과 자회사 지분법 이익 증가로 인한 실적호전 기대감이 조직의 변화를 느슨하게 하고 있다"며 "나쁜 이익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23일 LG전자에 따르면, 남 부회장은 최근 임원 회의와 창원 등 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외부환경 변화로 인한 이익증가 전망에 자만하지 말라"며 위기의식을 주문했다.

남 부회장은 "지금 우리는 조직의 체질을 바꿔야 할 중차대한 시기인데,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외부의 전망 때문에 변화의 스피드가 늦어지는 것 같아 상당히 걱정스럽다"며 "이익에도 좋은 이익과 나쁜 이익이 있는데, 거품을 빼고 실체를 보면 최근의 환율상승, 자회사 실적 호조로 얻게 되는 이익은 결코 좋은 이익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의 나쁜 이익에 안주하면 변화의 고삐가 느슨해지고 우리에게 독이 될 수 있으며, 3~4년 후 지금보다 더 큰 위기를 맞게 될 수 있기 때문에 대단히 우려하고 있다"며 "이 시기에 CEO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 부회장은 "달러/원 환율이 올라가고, LG디스플레이 등 자회사의 실적 호조로 지분법평가이익이 늘어나면서 우리 회사의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과 언론보도에 대해 냉정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율 등의 대외 변수는 상황에 따라 우리에게 이득이 될 수도 불리할 수도 있으며,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지표도 아니다"며 "환율이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에도 우리가 목표한 계획을 달성할 수 있는 체질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환율은 양면성이 있다"며 "중국에 14개의 생산법인이 있는데, 원화 가치는 떨어지는 반면 위안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어 중국에서 생산돼 해외로 수출되는 경우에는 이전보다는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환율로 인한 득실계산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최근의 원자재 가격 급등과 서브프라임에 대해서도 남 부회장은 "가전 제품의 원가가 높아지고 있어 부담이 되고 있으며 서브프라임 사태가 미국의 소비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일주일 단위로 판매, 재고, 채권관리를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남 부회장은 "자회사인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이 좋아지면서 지분법평가이익이 늘어나 우리 회사의 순이익이 늘더라도 이는 LG전자 자체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를 LG전자의 성과나 체질 강화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한편 환율, 원자재 등 외부 변수로 인한 사업계획 수정과 관련해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매월 향후 6개월에 대한 경영전망을 점검해 보고 있다"며 "당장의 계획 수정은 없지만, 하반기 계획과 관련해서는 일부의 내용이 변동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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