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은 넓진 않았지만 깔끔하고 잘 정돈된 느낌이다. 쇼룸까지 겸한다고 하니 공간 활용이 대단하다. 그런데 여기서 요즘 핫한 비건 제품이 나온다니 믿기지 않는다. 최근 마포 망원동에 위치한 비건 패션업체 '낫 아워스'를 방문한 첫 느낌이다.
'낫 아워스'의 대표는 두명이다. 신하나, 박진영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둘은 친구도 아니다. 우연히 한 직장에서 근무한 동료로 시작해 창업까지 이르렀다.
신 대표는 10년 째 비건을 실천해왔다. 회사 동료였던 박 대표와 채식 식단을 함께하면서 비건 활동가가 됐다. 박 대표는 "회사에 입사해 마장동으로 회식을 갔을 때 그때의 피비린내를 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어쩜 박 대표가 비건을 실천하게 된 것도 이때문이 아닐까. 그일이 있고 난 후 우연찮게 보게된 유튜브 비건 활동가인 게리 유로프스키의 강연은 인생을 바꾸게 했다. 이 영상을 계기로 비거니즘을 실천하자는 마음을 먹었고 동물의 희생이 더이상 아름다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동물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는 이름 '낫 아워스'
두 사람은 비거니즘을 실천하자고 마음먹은 뒤에 옷도 비건 패션을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국내 찾아봐도 마땅한 브랜드가 없었다. 그럼 우리가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2017년 11월 '낫 아워스'가 탄생했다. '낫 아워스'의 의미는 '우리 것이 아닌', '프랑스어로는 곰이 아닌' 이라는 뜻이다.
'낫 아워스'는 마켓에 입점해서 판매하는 방식보다는 텀블벅을 통해 미리 주문량을 받아서 입고한 뒤에 판매한다. 재고를 쌓아놓는 건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남으면 환경적으로도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 주문 받고 물건을 만드는 방식을 선호 한다. 텀블벅을 통해 판매해왔는데 총 11번 모두 성공해 '낫 아워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클레어스와 함께 동물착취에 대한 기부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평소에도 동물 복지를 위해 판매액의 4-5%를 기부 한다. 박대표는 "이게 거창한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고자, 환원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 소재는 주로 폴리에스테르를 사용한다. PVC 소재도 있는데 이 소재는 플라스틱로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생산과정부터 환경에 잔류하는 물질로 암을 유발하며 면역과 생식에 문제를 일으키는 다이옥신까지 들어있다.
업사이클링이나 리사이클링 등 친환경적인 의류 생산 방법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런 의류 폐기물도 환경에 오염이 되긴 하지만 동물을 키우고 사육하는 게 더 큰 오염이 된다"고 말했다. 또 "통계 결과를 봤는데 세계적으로 오염이 가장 많이 되는 항목 중 모피생산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동물 착취 심각... 심각성 알리고 싶다"
사실 낫 아워스는 친환경보다는 동물 보호에 초점을 두고 있다. 동물들을 착취해 인간이 따뜻하게 입고 즐기는 것을 줄여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람들은 동물들 중 양에게서 양털을 얻을 때 그냥 털을 깍는다고만 생각한다. 양은 털갈이하는 동물도 아닌데 양털의 품질을 위해 어린 양의 피부와 살점을 마취도 없이 도려내는 뮬징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저렴한 인조 가죽제품과 달라... 인기 제품은 지갑"
신대표는 "시중에 나와있는 싼 인조가죽 제품은 많은데 오래 쓸 수 있는 좋은 제품은 없다"라며 "사람들이 볼 때 우리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제품들은 싼 가격만큼 빠르게 생산처리를 하고 대충 봉제를 하기 때문에 우리와 많이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낫 아워스'는 한 번 사면 오래 쓸 수 있는 튼튼하고 가벼운 제품을 만든다고 자부했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상품으로는 폴리에스테르를 이용한 인조 가죽 제품을 꼽았다. 튼튼하고 가벼운 가방의 매력에 빠져 지갑도 만들어달라는 고객도 있었다고 한다. 또 생각보다 지갑의 판매량이 좋았었고 가격은 12~13만원 정도라고. 스크래치가 잘 안나고 가벼운게 장점이다.
훌륭한 제품력과 오래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을 고민해 옷을 만든다는 '낫 아워스'는 앞으로의 목표도 컸다. 두 사람은 국내 시장은 아직 작아 어렵다며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기를 희망했다.
/스냅 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