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은행연합회장 ‘0순위’로 꼽히던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의 ‘지원 철회설’이 돌면서 금융위 부위원장 출신인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과 금감원 부원장을 지낸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도 지원 여부를 두고 난처해진 상황이다. 민간출신 인사들로 다시 무게추가 옮겨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은행연합회는 이달 15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 추천을 받는다. 후보검증 등을 거쳐 후보군을 3~4명으로 압축한 뒤 최종 후보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관심은 홍재형 전 부총리의 지원 여부다. 최근 무역협회장 후보로도 이름을 올린 홍 전 부총리가 결국 고배를 마시면서 ‘고령’의 나이가 걸림돌이 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유력 후보인 김창록 전 산은총재도 은행장들과 접촉하며 출마 의지를 보였지만 최근 분위기 변화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창록(68) 전 산업은행 총재와 홍재형(79) 전 부총리 등은 각각 70대와 80대를 눈앞에 둔 올드보이다. 홍 전 부총리는 1938년생으로 20여 년 전인 1994∼1995년에 부총리 겸 초대 재정경제원 장관을 역임했고 이어 16∼18대 국회의원도 지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재무부 사무관 재직 시절 홍 전 부총리가 재무부 장관, 김창록 전 총재가 선임 과장이었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최근 빠르게 변하는 금융환경에 구세대 인사들이 잘 대응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핀테크 시대에 언론에 거론되는 분들은 20년 전에 금융을 담당했던 분”이라며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도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고 쓴소리를 했다.
금융당국이 차기 은행연합회장 인선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기류 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당국 한 고위관계자는 “차기 은행연합회장 선출은 은행들의 결정할 문제”라며 “금융위원장 역시 민간금융협회 인사에 개입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데다 국감 당시 올드보이 귀환에 대통령께 진언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분명한 시그널이 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