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한국을 방문하는 유커(遊客) 규모를 지난해보다 20% 이상 줄이라는 지침을 일선 여행사에 시달했다고 한다. 상하이(上海)를 비롯한 지방 당국이 최근 관할 여행사에 이런 내용의 구두 통지문을 전달했다는 게 현지 여행업계에서 들려오는 소식이다. 여러 지방정부에서 동시에 비슷한 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중앙정부 차원의 방침임을 짐작하게 된다.
이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방침이 결정됐을 때부터 우려돼 오던 문제다. 논란이 확대되면서 한류 연예인들의 현지 출연 계획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으로는 ‘싸구려 관광’으로 야기되는 폐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지만 어느 쪽이든 국내 관광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유커에 의존하다시피 한 현행 여행업 구조의 치명적인 한계다.
중국 정부가 대만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요하며 여행객 축소 방법으로 압박하는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 지난 5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취임한 이래 중국 방문객이 30% 이상 줄어들면서 대만 경제를 크게 위협하는 중이다. 여행업계 종사자들이 시위를 벌이며 정부에 대해 지원 대책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이 기회에 유커 일변도의 관광 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안이하게 판단하고 계란을 한 상자에 넣었다가는 자칫 한순간에 위기에 봉착하기 마련이다. 정책 전환에 따른 충격을 감수하겠다는 서로의 마음가짐이 요구된다. 지금 눈앞에 이어지는 유커 행렬에 정신을 팔다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된통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