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의 일상: 인공지능 시대가 낳은 발칙한 IT 엽편소설집’

  • 등록 2016-05-08 오전 5:50:47

    수정 2016-05-08 오전 5:50:47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10년 후의 일상』에 수록된 총 33편의 엽편소설(葉片小說)은 과학기술이 지금보다 발전한 10년 뒤의 세계를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의 일상을 담고 있다.

엽편처럼 짧은 소설들이 모인 이 IT소설집은 가끔은 코믹하게, 가끔은 씁쓸하게, 또 가끔은 엽기적이면서도 발칙한 일상을 펼쳐 보인다.

가상현실과 인공지능이 더해져 놀랍도록 발전한 의료기술 시대이지만 누군가는 콧물 감기약이 없어 이미 상해 버린 약을 세척해 먹어야 한다거나, 자율주행자동차로 여행을 떠난 가족은 창가에 해변도로를 매달아 놓고 각자의 가상현실에 빠져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때론 가상현실 속에 완전히 거주하며 정부가 제공하는 음식 쿠폰으로 연명하는 사람이 등장하기도 한다.

<0.03%>에서 세 명의 직장인은 부드러운 곡선의 해변 바에서 피자와 맥주를 마시며 업무 회의를 한다. 사무실 근무는 효율성 때문에 대부분 사라지고 없다. 회의하던 세 명의 회사원들의 스마트폰에 ‘0.03%’란 숫자가 뜬다. 업무용 프로그램이다. 직장인들의 회사 기여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피드백해 준다는 기능적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우리의 미래 업무 환경은 이렇게 음울하기만 할까?

<점심시간>에서는 어릴 적부터 프로그래밍 교육을 받는 덕분에 누구나 간단한 앱 정도는 만들 수 있는 세상의 회사 풍경을 보여 준다. 작품 속 직장인들은 점심 메뉴를 고를 때, 공평성을 기하기 위해 만든 ‘점심 메뉴 결정 앱’을 사용한다. 스마트폰 화면에 근처 식당의 메뉴들이 흘러가는 동안, 사람들의 표정과 호흡, 눈동자의 움직임 등을 스마트폰이 수집해 가장 원하는 메뉴를 알아서 찾아내 주는 앱이다. 이 앱을 활용해 신입사원 민서는 짝사랑하는 선배인 성민이 좋아하는 음식이 항상 점심 메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고 그래서, 가끔 나름의 수를 써 썸을 유도한다.

사랑에서도 인공지능은 우리 삶의 밑바닥을 흔들어 놓는다. <세 번째 눈>에 등장하는 줄리아는 연인 간에 사용하는 SNS서비스가 해킹당했을 때 유출된 데이터를 갖고 있다. 결혼을 간절히 바라는 그녀는 소개팅에 나가 이 데이터를 활용하기로 한다. 소개 남성을 앞에 두고 그가 무얼 좋아하는지, 이전 연애와 현재 주변의 여자는 어떤지 검색하며 실제 그가 내뱉는 말들이 얼마나 진심과 다른지를 깨닫는다. 누군가의 진심이 몇 번의 검색만으로 확인되는 것이다.

트렌드를 쫓는 사람들은 늘 쫓기는 사람이 되고 만다. 그러나 본질을 쫓는 사람들 뒤에는 늘 사람이 따르기 마련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작가가 본질을 쫓기 위해 ‘잘못 뚫은 구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유물을 발견할 수 있다.

편석준 씨
저자 편석준 씨는 IT대기업을 다니던 회사원이었다가 착한텔레콤을 공동 창업을 한 CSO였다. 이번에 『10년 후의 일상』이라는, 인공지능 시대의 엽기적인 IT소설집의 저자가 되었다. 지금은 시간 소유권을 다시 포기하고 회사에 다니고 있다.

소설 쪽으로는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부문’에서 최종심 3편에 오른 것이 언급할 만하고, 대학 시절 세 학기를 내리 휴학하며 원고지 7천 매 분량의 대하소설을 쓴 것은 언급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인문교양서 『구글이 달로 가는 길』, 소설 『인간의 외로움에 대한 완벽한 분석』, 경제경영서 『스타트업 코리아』, 『왜 지금 드론인가』, 『사물인터넷, 실천과 상상력』, 『사물인터넷』 등이 있으며, 하반기에 동화책 두 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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