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온라인 검색 분야 강자였던 네이버는 모바일 기업으로 전환중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네이버의 매출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56%까지 뛰었다. 덕분에 네이버 매출은 전년 대비 17.9% 성장한 3조2512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 네이버 매출이 3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바일 기반 O2O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카카오도 높은 성장성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매출 성장률은 3.5% 정도였다. 카카오는 올해 카카오톡 이용자 기반 O2O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전통적인 통신·제조업 기반의 기업들은 실적 성장이 둔화됐다. KT·SK텔레콤·LG유플러스 통신 3사는 1998년 LG유플러스(당시 LG텔레콤) 창사 이래 매출이 동반 감소했다. 지난해 KT는 0.1%, SK텔레콤은 0.2%, LG유플러스는 1.9% 매출이 줄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분야에서 강세를 보였던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도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기업의 시장가치를 보여주는 시총을 봐도 플랫폼 기업의 위력을 알 수있다. 네이버의 경우 시총 증가가 가파르지만 KT의 경우 2015년 11조를 넘었지만 올해 2월 현재 7조원대로 줄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매출을 성장으로 이끌 신성장 동력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이들은 해외에서는 구글과 애플·페이스북에, 국내에서는 네이버·카카오에 모바일 플랫폼 주도권을 내준 상태다.
미국 IT 창업가인 스티브 사마티노는 자신의 저서 ‘위대한 해체’에서 네트워크의 고도화가 각 개인간 소통 거리를 좁혔다고 서술했다. 개인들이 모여 소통하는 모바일 플랫폼은 가상의 장터가 됐고 생산과 유통이라는 기존 산업 틀을 뒤바꿔 놓았다.
특히 공유경제에 기반한 모바일 O2O 서비스가 대중화되면서 소비자와 판매자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실제 모바일 플랫폼의 발달은 기존 산업 체계를 빠르게 해체하고 있다. 위키피디아는 브리태니커 사전을 밀어냈고 인터넷 검색왕국인 구글은 신문 광고와
애플의 아이튠즈는 음악 사업 자체를 변화시켰다. 기존 음원 강자인 유니버설, 소니, 워너는 물리적 음반 시장에 안주하다 시장 선점 기회를 놓쳤다. 지금은 스포티파이 등 스트리밍 업체들이 자리를 대신했다.
사마티노는 앞으로 10년 뒤면 배달도 줄 것으로 예상했다. 도면만 전송받으면 집에 있는 3D프린터로 바로 제품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보다는 안에 담긴 콘텐츠가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비대해진 제조업체들, 여전히 하드웨어 마인드
모바일 플랫폼을 중심으로 변화의 속도가 빠르지만 삼성전자를 위시한 국내 제조업체들은 느리게 반응하고 있다. 반도체·스마트폰 등 기존 사업군의 매출이 커 쉽사리 소프트웨어·플랫폼 쪽으로 역량을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어 “소프트웨어 사업을 독립적인 조직 형태로 이끌어나갈 수도 있지만 여전히 하드웨어 비즈니스 마인드가 강할 것”이라며 “반도체 등 기존 사업에서 우위를 확보하면서 소프트웨어 전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국내 제조업체만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게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제조기반 뿐만아니라 수많은 소프트웨어 기반 글로벌 IT 기업들도 이미 실패를 하고 무너졌다는 뜻이다.
황지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스마트폰 앱 서비스 분야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면 쉽게 도태된다”며 “가입자 기반이 너무 적어서 실패를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 확보라는 측면에서 대부분의 기존 제조업 기업이나 IT기업이 고전한다는 뜻이다.
다만 초기 성장중인 플랫폼 시장에서는 아직 승산이 있다는 게 황 연구원의 의견이다. O2O를 비롯해 가상현실(VR), 웨어러블, 홀로그램 등에서다.
그는 “불과 10년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이 이렇게 대중화될지 상상도 못했다”며 “이후 어느 비즈니스가 급성장할 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과 대기업 자본이 결합된다면 신개념 기업들이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동근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미디어를 비롯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예측하고 한 발 앞서 새로운 비즈니스나 가치를 창출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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