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현재 주문을 더 받기 곤란한 지경에 처해 있다. 예약판매를 시작한 이래 1만권이 넘는 주문이 들어왔다. ‘초판본’에 대한 마니아층이 생긴 듯하다.”
시인 백석(1912~1996)의 시집 ‘사슴’ 초판본의 복간본을 준비 중인 1인 출판사 소와다리의 김동근 대표는 최근 밀려드는 책 주문에 정신이 없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소와다리의 ‘초판본 사슴’은 이번 달 초 예약판매 개시 하루 만에 2500부 이상이 판매됐다. 2011년 10월, 스티브 잡스 전기의 하루 판매량이 4000부를 돌파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
‘진달래꽃’의 복간본을 300권 준비했지만 이미 100배가 넘게 팔렸다”고 덧붙였다.
출판계는 이 같은 초판본 열풍을 출판트렌드의 변화조짐으로 보고 있다. 읽기 위해 책을 사는 것이 아니라 마치 ‘팬시상품’처럼 소장하기 위해 책을 찾는 독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아 알라딘 마케팅팀장은 “초판본 시집은 한자가 많고 세로쓰기로 돼 있어 한글세대에게 가독성이 떨어지는 편집임에도 구매자의 80.5%가 20~30대다”라며 “책을 구입한 독자들이 인증사진을 찍어 SNS 등에 올리면서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서 이른바 ‘잇 아이템’으로 주목받는 등 이전의 베스트셀러와는 다른 형태로 입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진달래꽃’은 ‘경성에서 온 소포’라는 콘셉트로 경성우편국 속달인 봉투에 책과 명동풍경 엽서, 대한제국 시절 우표를 함께 담았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1948년 초판본을 복간한 시집과 함께 윤동주 육필 원고철, 판결 서류와 사진을 함께 실어 단순히 책을 넘어선 일종의 ‘패키지 상품’처럼 구성했다. 김 대표는 “외국에선 표지 디자인이나 삽화 등이 뛰어났던 초판 복간본에 대한 틈새시장이 형성돼 있다”며 “국내에서도 이러한 시장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