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엘리엇 소송 아직 끝난 게 아니다

  • 등록 2015-07-03 오전 3:00:00

    수정 2015-07-03 오전 3:00:00

삼성물산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의 가처분 다툼에서 이김으로써 제일모직과의 합병작업이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게 됐다. 법원은 합병계획이 제일모직 대주주 일가의 이익만 추구했다고 볼 이유가 없고 합병 비율도 정당하게 산정됐다며 엘리엇이 제기한 ‘삼성물산 주주총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로써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승계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깨끗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엘리엇이 합병 저지를 위한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는 사실에 눈길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냈으나 재판부는 판단을 유보한 상태다. 제일모직 2대주주 KCC에 대한 자사주 매각을 막아 달라는 것으로 오는 17일로 예정된 삼성물산 주총 이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더 나아가 엘리엇이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으로 확전시킬 여지도 충분하다.

국내외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의 동향도 관심거리다. 특히 최근 SK와 SK C&C 합병에 제동을 걸려다 시장의 눈총을 받았던 국민연금의 선택이 주목된다. 기관투자가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의결권 자문사들의 움직임도 가볍게 봐서는 곤란하다. 세계 2위 자문사인 미국계 글래스 루이스는 이미 “전략적 이점이 의문스럽다”는 이유로 합병 반대를 권유했다. 이렇듯 해외에서는 삼성물산 합병계획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우리 기업계 내부적으로도 적잖은 시사점이 제기되고 있다. 개방경제 체제에서 엘리엇 같은 기업사냥꾼의 ‘알박기’를 원천 봉쇄하기란 쉽지 않다. 2003년 소버린에 맥없이 당했던 SK처럼 지배주주 지분이 턱없이 적다는 게 치명적인 약점이다. 기업 스스로 경영권 방어벽을 단단히 쳐야겠지만 법적·제도적 뒷받침도 시급하다. 대기업들은 40~50%에 이르는 외국인 주주의 감시 능력이 국내 주주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명심하고 국제 수준에 걸맞은 투명경영에 힘써야 한다. 자칫 약간의 구멍이라도 보인다면 엘리엇 같은 벌처펀드의 날카로운 발톱을 자초하게 될 뿐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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