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불과 1년 반 사이 눈덩이처럼 불어버린 공사비에 있었다. 시공사 본계약을 앞두고 재건축 공사 단가가 3.3㎡당 404만7000원에서 450만원으로, 11.2%(45만3000원)나 오른 것이다. 지난해 물가상승률(1.3%)의 9배에 이른다.
이처럼 최근 재개발·재건축사업장의 갈등을 낳는 ‘추가분담금 폭탄’의 배경에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공사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문제를 방치한 채 도심 재건축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나선 정부 방침이 무분별한 개발과 주민 간 분쟁 등 사회적 진통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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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강남구청의 ‘개포 저층 3개 단지 추가분담금 분석’ 자료에 따르면 개포시영아파트와 개포주공2·3단지 등 개포지구 내 3개 사업장의 재건축 공사비가 채 2년도 못 돼 10% 가까이 급등했다. 이들 3개 단지는 최근 조합원 분양 신청 및 시공사 본 계약을 앞두고 추가분담금이 조합 설립 때보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이상 올라 몸살을 앓았던 곳이다.
주공2단지와 시영아파트의 3.3㎡당 공사 단가도 11.2%(404만7000원→450만원), 9.5%(397만4000원→435만원) 각각 상승했다. 불과 18~21개월 사이 벌어진 일이다. 재건축 총 시공비는 주공2단지가 4597억원, 시영아파트가 5788억원으로 예전보다 각각 635억원, 544억원 늘었다. 이 단지들 역시 지자체 인허가 과정에서 발생한 공공 기여 부담금과 태양열전지 설치비 등 추가 비용은 모두 165억원을 밑돌았다. 공사 단가가 오른 것이 사업비 증액의 주요 원인이라는 뜻이다. 주공2단지는 지하층 공사 면적이 1개 층 늘어난 것도 공사비 증가에 한몫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공사 가계약을 맺은 이후의 물가 상승률과 특화 설계 등이 반영돼 추가 공사비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검증시스템 부실 논란
문제는 이 같은 공사비 상승 과정에서 지자체의 검증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2011년 6월부터 재개발·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조합 설립 동의를 받기 전에 개략적인 사업비를 반영한 추정분담금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사업성을 부풀려 묻지마식 개발을 벌이는 관행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각 구청의 공공관리 대상인 사업장의 경우 사업시행인가 총회 개최 전과 분양 신청 통지 단계에서도 조합원 분담금을 알려야 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자체 검증시스템과 자치구 검증위원회까지 마련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제도 보완 없이는 비슷한 사례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예상한다. 조합과 시공사가 일단 낮은 공사비를 제시해 조합 설립 동의부터 받고 향후 시공비와 조합원 분담금을 높이는 폐단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컨대 최근 최고 50층 재건축 계획안을 토대로 추가분담금을 공개한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지난해 12월 조합 설립 당시 적용한 공사 단가가 3.3㎡당 420만원이었다. 고층 건물일수록 공사비가 비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분담금이 또다시 증액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검증 기준을 현실화하고, 근본적으로는 소수의 1군 건설사가 공사 비용에 관한 정보와 협상력을 반독점한 것과 마찬가지인 재개발·재건축 수주 시장의 구조가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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