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오늘 선고..'선처'의견 잇따라

유지수 국민대 교수 "법의논리와 경제논리 적절히 조화된 선고 기대"
안수웅 애널리스트 "해외시장 고전..선처 필요"..여수엑스포도 선처 호소
익명의 노조간부 "정회장 없으면 회사 안돌아가는 것이 현실"
  • 등록 2007-09-06 오전 7:38:11

    수정 2007-09-06 오후 3:26:46

[이데일리 지영한기자] 현대차그룹이 긴장의 도가니에 빠져들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비자금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을지, 아니면 집행유예로 풀려날지 여부를 결정할 항소심 선고공판이 오늘 열리기 때문이다. 

산업계와 학계, 현대차 노조 내부에서는 정몽구 회장이 비자금 조성에 대해 크게 반성하고 있고 국가경제를 위해 할 일이 많다는 점 등을 들어 선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 10부는 6일 오후 2시30분 비자금을 조성해 회삿돈 900여억 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연다.

정 회장은 1심에서 집행유예없이 징역 3년을 선고 받고 항소했고, 항소심에서 검찰은 정 회장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이에 따라 법원이 1심처럼 실형을 선고할지, 아니면 정 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정몽구 회장은 그동안 진행된 항소심 공판에서 "큰 물의를 일으켜 심려를 끼쳐드려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면서 "기회를 주면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이에 대해 검찰에선 정 회장의 횡령 및 배임 범행이 매우 중대해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벌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정 회장의 잘못이 틀림없지만 국가경제를 위해 정 회장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품목 1위인 자동차의 경우 작년 무역흑자 규모(373억 달러)가 전체 무역흑자의 무려 228%에 달하는데다, 이러한 자동차생산의 80%를 현대·기아차가 담당하고 있어 그 '기여도'가 참작돼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유지수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몽구 회장의 주도로 현대차의 해외공장이 성공을 거두자, 외국 경쟁사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어, 현대차로선 지금 재차 반격에 나서야 하는 중요한 순간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정 회장이 실형을 받게돼 (현대차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국가경제 장래에도 큰 '데미지'를 가져올 것"이라며 "법원이 법의논리와 경제논리를 적절히 조화시켜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의 안수웅 박사도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정 회장은 물론이고 현대차 경영진이 최근 1년간 재판에 매달리다 보니 대외환경 변화에 대한 현대차의 대응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안 박사는 중국을 단적인 예로 꼽았다. 1년전부터 중국판매 급감이 예고됐지만, 현대차 수뇌부가 사업 외적인 일에 쫓기다 보니 대응할 타이밍을 놓쳤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대차가 지금이라도 대응이 필요한 만큼 정 회장에 대한 선처를 바랬다.

정몽구 회장의 선고공판엔 '2012 여수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위원회'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엑스포 유치전에서 거미줄 같은 현대차의 글로벌 네트워크망이 절실한데, 유치위원회 명예위원장인 정몽구 회장이 실형을 받을 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수엑스포유치위의 장학근 팀장은 "엑스포 유치가 그야말로 경쟁국간의 전쟁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활동사안을 밝힐 수 없지만, 정 회장의 역할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정 회장의 선처를 바라는 마음은 유치위는 물론이고 여수시민과 전남 도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에 대한 선처 여론은 현대차 노조 내부에서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지부의 한 간부는 "정몽구 회장의 경영에서 비난받아야 할 부분은 있다"며 하지만 정 회장이 없으면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은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덕성과 명분이 생명인 노조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재벌총수에 대한 선처를 대놓고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회사를 위해선 정몽구 회장이 실형을 받아선 안된다고 생각하는 노조원이 의외로 많다"며 노조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한편 현대차(005380) 노사는 지난 4일 임단협 합의안을 10년만에 무분규로 도출함으로써 국민적인 국민적인 관심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이번 무분규 타결에 울산지역 시민, 더 나아가 파업에 등을 돌렸던 국민들도 박수를 보냈다.

공교롭게도 현대차 노조는 정 회장의 선고공판이 예정된 이날 공판 바로 직전 임단협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벌인다.

현대차로선 만약 '합의안' 부결과 더불어 정몽구 회장에게 실형 마저 선고되면 그야 말로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현대차가 '노사평화'와 '사업보국(事業報國)'의 기회를 한꺼번에 움켜잡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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