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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특허와 상표, 디자인 등 지식재산과 관련된 특허증을 내주는 수동적 기관에 머물던 특허청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중심엔 지난 2018년 9월 취임한 박원주(57) 특허청장이 있다. 산업부에서 오랫동안 공직 생활을 한 박 청장은 “그간 지식재산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들이 실행되고는 있었지만 이를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고리가 없었는데, 산업부에서 배운 노하우를 지식재산 정책과 연결시킨 것이 주효했다”고 진단했다.
미세먼지·日수출규제·코로나19 등 해법 제시
특허청이 최근 국가·사회적 이슈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불거진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를 시작으로 일본 수출규제에 최근 코로나19까지 전혀 관련 없을 것 같은 중앙행정기관인 특허청이 이 문제에 개입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박 청장은 “경제적 가치가 될만 하고 될 수 있는 것이 특허로 등록되기 때문에 특허를 보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며 “그 때 미세먼지가 사회·환경적 이슈로 대두됐고 이 문제 해결이 첫 번째 도전과제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를 검토했고 200여가지 현존기술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산업계와 협업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불거진 일본의 수출규제는 산업계에 당장 발등의 불이었다. 박 청장은 “일본이 수출규제를 단행해 자신들만 만들고 있던 물건들을 팔지 않겠다고 나온 상황이라 지식재산 기반의 연구개발(IP R&D) 즉, 특허분석을 해보자고 제안했다”며 “일본이 안 줄려고 하는 기술 및 특허를 분석해 이를 우회하거나 선점해서 권리화하는 것이 1차적 목표였고 마침내 해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에서도 특허청은 돋보이는 기관이 됐다. 박 청장은 “코로나19 초기 가장 중요했던 과제는 특허청 고유업무의 작동 여부였는데 특허청은 상시적으로 100명 이상이 재택근무가 가능했고 나머지 직원들은 거리두기가 가능해지면서 차단방역이 쉽게 해결됐다”고 돌아봤다. 이후 특허청은 코로나에 대한 적극 대응을 모색했다. 박 청장은 “코로나가 완전히 새로운 질병은 아니었던 만큼 과거 특허검색을 통해 지금이라도 유효한 방역수단을 찾아내고자 했고 직원들과 함께 결과물을 도출해 냈다”고 밝혔다.
특허청이 지난달 19일 개통한 특허정보 내비게이션은 코로나19와 관련된 치료·진단·방역 등에 대한 3500여건의 국내·외 특허정보와 분석 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다. 박 청장은 “특허정보 내비게이션을 의료계의 전문 학술사이트와 연계해 이 정보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는 국제 공조로도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가 활용해 코로나19의 차단에 효과적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재권 무기로 글로벌시장 도전기회 제공
이는 특허청의 혁신이 산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 결과물로도 해석된다. 박 청장은 부임과 동시에 직원들에게 “특허는 고립된 환경에서 출원서를 공표해서 라이센스를 내주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된다. 산업계가 특허행정에 바라는 것이 있으니 항상 소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후 특허 빅데이터를 분석해보니 디스플레이, 바이오헬스, 반도체 등 주력산업 위기를 예측할 수 있었고 산업계 반향도 뜨거웠다”며 “이것이 최근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허청이 국가·사회적 문제 해결 기관으로 주목받는 배경에 대해 “세계적으로 4억 5000만건의 특허 데이터를 한눈에 알아보고, 이를 의미있는 정보로 추출할 수 있는 전문기관은 특허청 밖에 없다. 또 많은 산업적인 조기 예보들이 특허에서 발생하고 있다. 즉 기술력이 뒤처지고 있거나 투자가 이뤄지는 분야를 특허로 알 수 있다. 이에 이 수많은 정보들을 그냥 보기만 할 것이 아니라 피드백해서 국민들에게 알려주기로 했다. 기관 고유의 업무와 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업역과 기능을 확장해 국민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특허정보를 활용한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정부의 R&D자금이 20조원에 달하고, 민간까지 포함하면 연간 75조원이 넘는다. 문제는 이 엄청난 돈을 쓰고도 이미 특허가 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R&D 전에 특허 정보를 광범위하게 한다면 어떤 기술이 결여돼 있는지를 알 수 있고, 이를 중점적으로 한다면 생산구조가 완벽해진다. 일본 등 전 세계가 기술 전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기술적으로 이론적 자립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 대한민국 R&D는 특허부터 알고 한다는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식재산을 담보로 한 IP금융 확대도 올해 추진할 중점과제로 꼽았다. 그는 “작년 우리나라가 지식재산 담보대출·보증·투자 규모가 1조3504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조원대를 돌파했다. IP를 보유한 혁신기업에 금융이 공급될 수 있도록 IP 자산을 투자대상으로 하는 신(新)IP금융투자 시장을 중점적으로 개척할 계획”이라며 “IP 자산이 새로운 금융투자대상으로 부각된다면 시중 유동자금이 지식재산 투자로 이어져 투자자들에게는 경제적 혜택으로 돌아가고 지식재산에 투자된 자금은 산업계로 유입, 새로운 경제적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