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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의 시행일이 예상보다 대폭 앞당겨질 것으로 보여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등 안전진단을 신청했지만 아직 안전진단 전문기관을 선정하지 못한 단지들은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국토부, 행정예고 기간 단축…“내달 5일 개정 기준 시행”
국토교통부는 21일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 일부개정 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행정예고 기간은 내달 2일까지다.
행정절차법은 20일 이상을 행정예고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번 기준 개정의 행정예고 기간을 10일로 단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행정예고 기간 들어온 의견을 검토한 뒤 이르면 내달 5일 개정된 안전진단 기준이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된 기준안에는 구조안전성 평가의 비중을 20%에서 50%까지 높이고 ‘조건부 재건축’(D등급) 판정을 받을 경우 시설안전공단 등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거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번 안전진단 기준 강화의 핵심 내용이다.
각 구청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1356가구)·강동구 명일동 신동아(570가구)·고덕주공9단지(1320가구)·삼익그린2차(2400가구), 영등포구 여의도동 광장(744가구)· 신길동 우창(214가구)·우성2차(725가구) 등이 현지조사를 마치고 안전진단조사를 받기 위해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안전진단 신청 주민동의 작업을 진행해온 양천구 목동4단지 주민들은 주민 20% 이상의 동의서를 확보해 이날 양천구청에 현지조사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구청 관계자는 “만약 내달 5일 개정된 기준이 시행된다면 현재 안전진단을 신청한 대다수 단지가 이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진단 기준 강화를 위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은 오는 27일 입법예고된다. 입법예고 기간은 통상 40일이나 국토부는 최대한 시간을 단축해 이르면 3월 말 시행할 예정이다.
시행령에는 현지조사에도 공공기관이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포항 지진 등을 감안해 이미 안전상 문제가 확인된 건축물을 추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추진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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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재건축 초기 단지에 대한 매수 문의는 뚝 끊겼고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그동안 3억5000만~3억7000만원에 호가를 유지하던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공5단지 전용면적 31㎡(11평)가 이날 3억4300만원까지 낮춘 매물이 나왔다. 상계주공5단지는 현재 안전진단의 전 단계인 현지조사를 통과했고 오는 4월을 목표로 정밀안전진단을 준비해왔다. 상계동 C공인 관계자는 “5단지는 5층짜리 저층 단지인데다 대지지분이 많은 편이어서 11평이 3억5000만원에도 물건이 없었는데 가격을 낮춘 매물이 나왔다”며 정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방안 이후의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1~14단지가 준공 연한 30년을 모두 채우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려던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주민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병관 양천발전시민연대(양발연) 대표는 국토부 발표 당일 주민 긴급 토론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안전진단 기준 강화 적용을 받는 서울 10만4000가구 중 가장 많은 2만4000여가구가 양천구에 있다”며 “목동 아파트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일인데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발표하는 것이 맞는 거냐는 생각에 분노가 들었다”고 말했다.
목동 B공인 관계자는 “정부의 깜짝 발표 이후 매수자는 물론 매도자도 전화 한통 없다”며 “당분간은 관망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