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식 지원' 누리과정 예산 또 '나쁜' 선례(종합)

여야, 내년 누리과정에 목적예비비 3천억 우회지원
당초 예산에 한푼도 반영 안돼…철저히 정치적 합의
누리과정 문제 매해 반복될수도…법 체계 정비해야
  • 등록 2015-12-03 오전 12:49:22

    수정 2015-12-03 오전 8:20:44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누리과정(만 3~5세 무상 보육·교육) 예산 문제가 또 미봉책에 그쳤다. 시간에 쫓긴 여야는 누리과정의 근본적인 법 체계상 문제는 검토하지 않고, 지난해에 이어 일부 재원을 국고에서 보조하는 땜질식 처방만 했다.

누리과정 예산 문제는 매해 예산정국마다 되풀이될 가능성이 큰 사안이다. 일각에서는 이참에 여야와 중앙정부, 시·도 교육청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내년 누리과정에 목적예비비 3천억 우회지원

국회는 내년 누리과정 사업을 3000억원 가량 목적예비비로 우회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 예비비는 재래식변기 교체 등 학교시설 개선과 누리과정 지방채 이자 지원에 쓰인다.

야당은 그간 내년도 예산에 누리과정 비목을 새로 넣자고 주장했지만 결국 목적예비비로 지원하는 식으로 정리됐다. 이는 지난해(5064억원)와 같은 지원방식이며, 금액만 2000억원가량 줄었다.

여야가 합의한 3000억원의 액수는 철저히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됐다. 이번 누리과정 논란의 핵심은 어린이집 소관 예산인 2조1200억원(시·도 교육청 추정)의 향방이었다. 교육 영역인 유치원은 감당하더라도 보육 영역인 어린이집 예산은 떠안을 수 없다는 게 시도 교육청의 주장이다.

정부·여당이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상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국세 총액의 20.27%)으로 누리과정 재원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시도 교육청과 야당이 이 교부금으로 보육 예산을 짜는 건 지방재정교부금법상 위법이라고 맞선 것이다.

누리과정은 보육과 교육이 합쳐진 사업이다. 다만 그 법 체계까지는 정비되지 않았다. 영유아보육법과 유아교육법 등으로 아직 나뉘어져 있다. 누리과정 자체가 불완전한 사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야는 결국 ‘정치적’ 합의를 시도했다. 여당은 당초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국고에서 지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다가 협상 과정에서 차츰 지원가능 액수를 늘렸다. 여당이 거론한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에 위반되긴 하지만 어떻게든 합의해야 한다는 생각이 그 기저에 있었다. 누리과정 예산이 펑크날 경우 보육 대란은 불보듯 뻔하고, 이는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도 다르지 않았다. 야당의 당초 요구액수는 2조원 이상이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모두 국고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차츰 지난해 수준인 5000억원대로 내리더니 결국 3000억원에서 합의를 봤다. 일단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식의 처방이긴 마찬가지다.

누리과정 문제 매해 반복될수도…법 체계 정비해야

문제는 누리과정 논란은 매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따르면 누리과정 예산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3조3502억원에서 올해는 3조9879억원으로 늘고, 내년에는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보다 올해 1조5000억원가량 더 줄었다. 교부금은 세수(稅收)와 연동돼있어 앞으로도 안정적인 상승 추세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여야와 중앙정부, 시도 교육청 등 누리과정과 관련된 이들이 모여 법 체계부터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재원 부담을 호소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중앙정부가 임시로 지원해주는 식의 관례는 한계가 자명하기 때문이다.

야당 등 일부에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국세의 20.27%에서 25%대로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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