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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1984년 한국을 처음 방문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와 여러모로 비교가 된다.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5월 3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4박5일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4박5일. 30년의 간격을 두고 비교해보면 비단 한국사회의 변화뿐만 아니라 한국 천주교의 현안의 변화까지 추론해볼 수 있다.
△광주-대구-부산 찍고 서울 vs 서울-대전 왕복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방한 기간동안 광주와 소록도, 대구와 부산 등을 방문했다. 특히 방한 이틑날인 오전에는 전남 광주 광주무등경기장에서 ‘화해의 날’ 미사를 집전하며 “근래 여러 비극으로 말미암아 마음과 영혼에 아픔을 주는 상처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군사정권 시절 금기였던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한 것이다. 이어 소록도를 찾아가선 나환자들을 감싸안고 성금을 기부했다. 대구와 부산에서는 서품미사와 집회 등을 주례했다. 부산 수영만비행장에서는 40만여명의 군중이 모인 가운데 ‘기도와 노동’을 주제로 집회를 열고 “정당한 임금을 통해 그 부의 혜택이 의롭게 증대되도록 형재애를 보여야 한다”고 말해 이후 한국 노동운동의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달리 서울과 충청도를 오가는 일정을 잡았다. 대전 월드컵경기장과 충북 음성 꽃동네, 충남 당진 솔뫼성지와 서산 해미성지 등으로 범위를 집약했다.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선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학생들을 초청했고,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평화와 화해의 미사에는 위안부 할머니 등을 만난다. 이들에 대한 메시지를 통해 한국사회의 상처를 어루만지겠다는 생각이다. 음성 꽃동네에서는 장애인을 만나고 솔뫼성지와 해미성지에서는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한 아시아 각국의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선사할 계획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1984년 방한의 첫 번째 목적은 한국 천주교 200주년 기념대회와 김대건 신부를 포함한 103위 순교복자 시성식 집전이었다. 한국 천주교회는 선교사 없이 북경을 오가던 학자와 중인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생겼다. 또한 조선 후기 네 차례의 박해를 통해 1만여명에 가까운 순교자가 생겼다. 모두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요한 바오로 2세가 김포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순교자의 땅”이라고 되뇌며 땅에 입을 맞춘 것은 이런 한국 천주교회에 경외심을 표현한 것이었다.
△밤늦게까지 하루종일 vs 일과시간에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강행군을 멈추지 않았다. 방한 첫날부터 절두산성지를 방문한 뒤 대통령 단독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광주와 소록도를 다녀온 방한 이튿날에도 서울로 올라와 오후 9시께 주한 외교단 접견행사를 가졌다. 이 강행군은 방한 내내 이어졌다.
반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정 중 가장 늦은 건 16일 오후 6시30분 음성 꽃동네에서 열리는 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와의 만남이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 관계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65세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79세에 방한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분이 고려됐다”고 말했다. 덕분에 이번 교황 방한 중에는 돌발적인 일정이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진다. 저녁시간을 이용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흥적으로 사람을 만나거나 특정 장소에 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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