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한수③] 바둑에도 국가대표가?…'국가상비군'의 하루

이세돌·박정환 기사 등 국가대표와 함께 훈련
하루 7시간 실전같은 '수싸움'
대부분 10대, 막내는 14살
리그전 펼쳐 조 나눠
성적 떨어지면 방출될 수도
  • 등록 2014-07-25 오전 7:04:00

    수정 2014-07-25 오전 7:39:04

한국기원 4층 연습실에서 바둑 국가상비군들이 실전처럼 대국을 하고 있다(사진=한대욱 기자 doorim@).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오늘 하루도!” 얼굴색이 붉은 열여섯 살 소녀가 일어나 선창을 했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청년 20여명의 힘찬 함성이 뒤따른다. 학교가 아니다. 지난 18일 오전 10시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바둑 국가상비군은 독특한 구호로 하루를 시작했다. 매주 한 명씩 돌아가며 구호의 주인공이 된다. 유창혁(9단) 감독은 “국가대표로 정신자세를 다잡고 하루를 시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층 연습실 분위기는 뜨거우면서도 진지했다.

축구에만 있는 게 아니다. 바둑에도 국가를 대표하는 상비군이 있다. 유창혁 감독과 최명훈(9단) 코치, 김성룡(9단) 전력분석관 및 이창호(9단) 기사가 기술위원으로 18명의 상비군을 이끈다. 한국기원이 지난 5월부터 국가상비군 체제를 처음으로 가동했다. 점점 높아지는 중국의 ‘바둑 만리장성’을 넘기 위한 실험이다. 상비군은 이세돌(9단)·박정환(9단) 기사 등 국가대표 11명과 4명의 육성군이 함께 훈련한다.

합숙은 없다. 대신 규칙이 엄격하다. 상비군 훈련은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지각하면 벌금 1만 원이다. 바둑훈련은 연구모임과 실전연습으로 진행된다. 연구모임에서는 새로운 수를 연구한다. 코치진이 옆에서 지켜보며 방향을 잡아준다. 경기 바둑을 복기하면서 자신의 수를 고민하기도 한다. 이날 오후 1시 농심배 3회전 경기를 앞둔 상비군 한태희(4단·21) 기사는 연구모임에서 호흡을 고르며 실전을 준비했다.

경기가 없으면 팀 내 기사와 연습을 하며 실전감각을 유지한다. 이날은 국가대표 김혜민(7단·27) 기사가 상비군인 류수향(3단·24) 기사와 바둑판 앞에서 마주했다. 말이 연습이지 긴장감은 팽팽하다. 12명의 기사가 서로 짝을 지어 늘어선 연습실에는 바둑돌 소리 외에는 사치다. 안에서도 경쟁이다. 상비군에 들었다고 끝이 아니다. 팀은 ‘국가대표·상비군 A조’와 ‘상비군 B조’ ‘육성군’으로 나뉜다. 리그전을 펼쳐 조를 가른다. 성적이 떨어지는 상비군은 방출될 수도 있다.

오후 5시. “오늘 하루도!” “잘 배웠습니다!” 코치진에 인사를 건넨 상비군은 집으로 향한다. 집에서 인터넷 바둑을 두거나 공부를 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상비군 대부분이 10대다. 여자도 네 명이 있다. 막내는 신진서(2단·14) 기사다. 이들은 대부분 5~7세 때 처음 바둑을 접했다. 여섯 살 때 바둑을 시작한 신 기사에 바둑의 매력을 묻자 “재미있어서…”란 수줍은 답변이 돌아왔다. 어려도 프로다 보니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다. 성인이 된 국가상비군은 생활고도 무시할 수 없다. 상금이나 대국료를 받지 못하면 생활도 어렵다. 한 기사는 “바둑이 직업이다 보니 성적에 대해 항상 스트레스가 있다”며 “이것도 자신과의 싸움이고 어떻게 극복하느냐의 문제인데 참 어렵다”고 말했다.

▶국가상비군에 물었다! 바둑 기사 진실 혹은 거짓

△IQ가 높다?

=18명 중 IQ 160이 있다. 140도 있고. 낮은 편은 아닌 듯.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보다 후천적으로 지능이 발달하는 건 확실히 있는 것 같다. 특히 기억력. 공간지각능력도 일반인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좋은 것 같고. 근데 이것도 다 사람 나름이다.

△두뇌게임의 달인?

=아니. 다들 오목은 기본으로 잘할 거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주위에서 자기 바둑 급수 밝히며 바둑 한 판 두자고 할 때는 정말 대략난감이다. 그땐 ‘바둑판이 없으니 못 두지’라며 넘어간다.

△인내력은 특급?

=몇 시간이라도 앉아 있을 수 있어. 중요한 건 정신력보다 체력. 경기하면 정신적 피로가 엄청나다. 긴 경기는 7~8시간도 가니까. 이런 경기하고 나면 녹초가 된다. 중요한 건 이 상황을 버티는 거야. 체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정신도 무너진다.

△여자바둑은 약하다?

= 남자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인 건 맞다. 그런데 되레 남자기사보다 ‘싸움바둑’을 두는 여자기사가 많아. 더 공격적이랄까.

▶ 관련기사 ◀
☞ [돌의한수①] 바둑, 대중문화를 홀리다
☞ [돌의한수②] '초딩'들이 돌을 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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