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눈]가깝고도 먼 증권사 리포트

  • 등록 2014-04-18 오전 7:00:00

    수정 2014-04-18 오전 7:00:00

[이상준 골든브릿지증권 시황정보팀장] 증권사 리서치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아직 분야별, 업종별 세분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전문성을 요구하는 기능은 증권사 산하 경제연구소가 담당했다. 지금과 같은 틀이 갖춰지기 시작한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전문화가 좋긴 하지만, 문제는 리포트가 너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에 도움을 주려는 리포트에 전문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일반인들은 무슨 내용인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물론 증권사 리포트는 주로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경쟁 심화로 점점 새로운 이론과 논리가 필요해졌지만, 리서치를 꽤 오래해 온 필자가 봐도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어려운 리포트가 많은 게 현실이다. 학위 논문도 아닌데 말이다.

지나친 낙관론과 매수 위주의 리포트도 증권사 리서치의 신뢰를 깎아 먹고 있다. 한국 사람들의 정서상 강세장을 주장했는데 약세장이 펼쳐지면 이는 쉽게 눈감아 줄 수 있지만, 약세장을 주장했는데 강세장이 전개되면 손가락질을 당하기 십상이다. 이런 정서와 함께 기업과의 불편해질 수 있는 관계로 인해 쉽사리 매도 의견을 내긴 어렵다. 해당 종목을 상당수 들고 있는 매니저와의 관계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최근엔 롱숏 펀드가 활성화하면서 매도 리포트가 나올 여지가 생겼지만, 어쨌든 매수보단 매도 의견을 내는 것은 훨씬 어렵고 위험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상황이 이렇지만 투자를 위한 기본 참고서로서 증권사 리포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애널리스트의 이름을 걸고 나가는 리포트는 99.9%는 치열한 고민과 정직함을 바탕으로 작성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비제도권 주식 전문가들의 주장과는 다른 점이다.

따라서 증권사 리포트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해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몇 가지 팁을 주자면, 우선 아주 오랜만에 매수 의견이 나온 리포트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이달 중 모처럼 LG전자(066570)POSCO(005490)의 매수 의견이 발표됐는데 그 이후 주가 강세가 이어졌다.

또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목표주가를 올리다 어느 한 곳에서 목표가를 대폭 상향할 때는 경계해야 한다. 한 종목의 투자의견이 중립이거나 매수를 유지하지만, 목표주가를 하향했을 때는 매도 의견으로 봐도 무방하다.

끝으로 스몰캡의 경우 별도의 투자의견 없이 ‘N/R(Not Rated)’를 제시할 경우가 많은데 스몰캡일수록 기업에 대한 스토리와 리포트 발표 이후 수급 흐름이 중요하다. 물론 수박 겉핥기식 팁이겠지만, 리포트의 내용과 논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은 반드시 주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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