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전면 파업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반대 파업 이후 14년만이다. 의협은 ‘의료 민영화 저지’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파업을 벌인다는 비난에 부담스러워하는 표정이다.
암초 만난 총파업 출정식… “의협회관서 강행”
9일 업계에 따르면 의협이 준비 중이던 11~12일 양일간의 총파업 출정식이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혔다. 출정식 개최 예정지였던 천안 새마을금고 연수원 측이 이날 ‘사용 불가’ 통보를 해온 때문이다. 그러나 의협은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의사협회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방상혁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간사는 “현재까지 확인 결과 의료계 대표자 500명 이상이 참석할 예정”이라며 “총파업에 불참하는 의사 회원에 대한 대응방안 등 조직력 강화를 위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이번 총파업 출정식에서 총파업의 구체적인 시기와 규모 등 로드맵을 확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출정식이 주말에 열려 제한적으로 휴진이 이뤄지는 것인 만큼 총파업으로 보기 어렵다며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최영현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번 총파업 출정식은 집단 휴진 개념이 아니다”라며 “만약 집단 휴진을 결정한다면 그때 의료법 등에 있는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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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의료계 달래기의 일환으로 그동안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의료 수가 인상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장관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급여부문의 건강보험 수가가 낮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비급여를 줄이고 급여 부문의 수가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수가 인상은 총파업을 선언한 의협에 파업 철회 명분을 제공하는 한편 ‘3대 비급여(선택진료·상급병실료·간병비) 경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3대 비급여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체계 개선시 발생하는 1조3000억원의 선택진료비 손실을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의료수가를 높이면 병원의 수익성이 개선되는 만큼 3대 비급여 문제도 함께 풀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료수가 인상이 건보료 인상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의료계를 달래기 위해 국민 부담을 늘리려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를 지키기 위해 수가 인상을 카드로 내미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의료법인 영리 자회사 허용은 지금이라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