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 방식 놓고 서울시-강남구 갈등
구룡마을은 강남구 개포동의 대모산과 구룡산에 에워싸인 대규모 무허가 집단 주거지로, 현재 개포동 567-1번지 일대 28만6929㎡에는 무허가 건축물 약 403개동에 1242가구(약 2530명)가 거주하고 있다. 전체 부지의 89.2%(25만6054㎡)가 사유지이고 전면에 양재대로와 개포주공 아파트 단지가 위치해 20여년 전부터 개발 압력이 높았다. 특히 2002년부터 전체 사유지의 62%(18만6280㎡)가 집중 거래되면서 민영 개발 바람도 거셌다. 결국 2011년에는 서울시가 공영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개발사업이 꼬인 것은 지난해부터다. 문제는 변경된 개발 방식이었다. 서울시가 지난 6월 도시개발구역 지정 과정에서 일부 환지 방식을 곁들인 혼용 방식 개발을 도입하기로 하자 강남구가 반대 입장을 취한 것이다. “토지를 100% 수용하지 않고 일부를 떼내어 토지주에게 되돌려주는 것은 투기세력을 위한 특혜”라는 게 강남구의 입장이었다. 반면 서울시는 사업비 절감과 재산권 침해 갈등 완화, 사업 속도 증가 등 혼용 방식이 정부와 학계에서 권장하는 공용개발의 새 방식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갈등은 급기야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은 강남구와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제기한 특혜 의혹에 있다. 구룡마을 사유지의 49.6%(12만6910㎡)를 보유한 정모씨가 논란의 정점에 섰다. 정씨는 산153·산156-2번지 필지 2만6913㎡를 지분 쪼개기 및 명의신탁을 통해 주민 402명과 공동 소유하고 있다. 민영개발이 성사될 경우 주민들에게 아파트 건축비를 추가로 빌려주기로 한 조건이다. 지난 10월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는 이 같은 구룡마을 개발 방식과 특혜 논란이 도마에 오르며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정치적 쟁점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현재 구룡마을 개발사업은 각 주체별로 감사청구만 3건이 제기돼 이달 초부터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 서울시의 개발 계획에는 임대주택의 임대료 감면과 평균 부담률 상향 외에 특혜 논란을 없앨만한 방안도 상당수 담겼다. 먼저 서울시는 환지 기준을 기존 ‘가구당 1필지’에서 ‘가구당 1필지 또는 1주택’으로 축소했다. 예를 들어 가족 명의로 필지를 여러 개 보유하고 있어도 환지는 1필지만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환지로 공급하는 토지는 주거 용도로 한정된다. 땅주인은 단독주택 용지 1필지(165~230㎡) 또는 연립주택 용지 1필지(60~90㎡), 아파트 1채(분양면적 60~120㎡) 중 하나만 택할 수 있다.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용지는 공급되지 않는다.
내년 8월까지 지연때 백지화 우려
서울시가 이처럼 개발 이익 특혜를 차단할 수 있는 강력한 환지 계획안을 들고 나오면서 향후 구룡마을 개발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당장 강남구 입장에서는 개발을 반대할 명분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토지주, 거주민 등과 새로운 갈등이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유귀범 구룡마을 주민자치회장은 “강남구청장 한 명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개발 방식을 바꾸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룡마을은 내년 8월 2일이면 구역 지정 2년째를 맞는다. 이때까지 개발 계획이 확정되지 않으면 구역 지정은 자동 취소되고 어렵게 물꼬를 튼 사업은 전면 백지화된다. 임무령 구룡마을 토지주협의회장은 “만약 구역 지정이 취소되면 사업 지연에 따른 피해 등을 이유로 서울시와 강남구청을 상대로 손해 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 [단독]“땅 보상 받고 임대주택 건축비 내라” 구룡마을에 新개발 모델 도입
☞ [대정부질문]김성태 "박원순 시장, 구룡마을 토지주에 특혜 의혹"
☞ "투기는 막고 이익은 나누고".. 구룡마을 '신개발'급물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