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키프로스 대통령과 미할리스 사리스 재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유로존 재무장관회의가 열리는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호세 마누엘 바호주 유럽집행위원장,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 등 국제 채권단 수장들과 회동을 가졌다.
오후 2시부터 3~4시간이나 진행된 마라톤 협상에서도 양측은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채권단과의 협상 직후 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협상은 계속되고 있고 우리는 키프로스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특히 키프로스가 라이키은행을 배드뱅크(부실채권 전담은행) 방식으로 청산절차를 밟기로 했고 최대 은행인 키프로스은행의 예금에 대해 과세하기로 했지만, 이날 협상에서는 채권단에서 키프로스은행까지 청산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견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이 탓에 당초 현지시각 오후 6시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유로존 재무장관회의는 4시간이나 늦춰진 밤 10시(한국시간 25일 아침 6시)에 개회해 지금까지 계속 진행되고 있다.
회의에 참석하기 직전 마이클 누난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아주 긴 밤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오늘 밤에 협상 결과는 나오겠지만, 논의해야할 세부 사항들이 아주 많아 합의까지는 아주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그는 “키프로스가 상황을 보다 현실적으로 바라봐야만 한다”며 “이제 합의 여부는 우리에게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키프로스에게 달려있다”며 압박을 가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25일까지 1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안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키프로스에 대한 긴급유동성 지원(ELA)을 중단할 수 있다며 사살상의 최후통첩을 보낸 바 있다. 이럴 경우 당장 며칠 내로 키프로스 은행중 일부가 붕괴될 수 있고,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1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로존의 안정성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재 휴점중인 라이키와 방코포룰라르키프로스 등 최대 민간은행 두 곳 모두 현금인출기에서 하루 예금 인출을 100유로로 제한하면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만약 구제금융 지원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오는 26일 은행이 영업을 재개하면 예금 인출을 두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