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사로 집에 들어앉은 여성 760만명..사상최대

도우미에 맡기느니 직접 키운다
경력단절에 여성 일자리 질 악화
  • 등록 2012-02-21 오전 7:45:32

    수정 2012-02-21 오전 7:45:32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2월 21일자 1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직장생활 10년차 과장이었던 이모씨(36세)는 출산후 아이를 키워줄 사람이 없어 1년육아휴직을 신청했다. 하지만 1년뒤 복귀를 위해 회사를 찾았더니 자신의 자리에는 다른 남자 과장이 와 있고 다른 업무를 하자니 마땅치 않았다. 결국 사표를 제출하고 전업주부로 전향했다. 돈을 벌어봤자 아이를 돌봐주는 도우미 비용을 내고 나면 남는 것이 거의 없어서 다른 직장을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직장을 포기하고 육아와 가사를 이유로 집에 들어앉는 여성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여성인력이 점점 고학력화되면서 여성의 사회생활도 보편화되고 있지만 육아와 가사로 인한 경력단절 현상은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육아와 가사를 이유로 일하지도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은 여성 비경제활동인구는 763만3000명으로 관련 통계집계를 시작한 지난 1999년 6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중 육아가 151만5000명으로 작년 1월에 비해 1만7000명 늘었고, 가사는 611만8000명으로 2만8000명 증가했다.

아이를 낳아도 마땅히 맡길 곳이 없고 도우미에게 부탁해도 한달에 150만원 안팎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직접 키우겠다는 엄마가 늘어난 것이다.

입주 도우미를 썼던 기모씨(36세)는 “아이에게 들어가는 기저귀값이나 분유값은 별도로 하고 도우미한테만 한달 월급의 80% 가량이 다 들어간다”며 “그럴 바에야 차라리 내 손으로 직접 키우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음에 쏙 드는 도우미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 조선족 보다는 살림 경험이 풍부한 한국인 도우미를 선호하지만 가격이 비싸다. 아이를 제대로 돌봐주는 것인지 믿을 수 없다는 엄마들도 많다.

3개월간의 출산휴가를 마치고 직장에 복귀한 지모씨(34세)는 “말을 못하는 아이가 계속 울때에는 내 아이인데도 짜증이 나고 힘이 드는데 하물며 남의 아이를 봐줄땐 어떨까 싶다”며 “가끔 도우미가 아이에게 수면제를 먹였다는 뉴스를 들으면 섬뜩하기까지 해서 맡길 수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육아와 가사로 인한 경력단절이 늘어날수록 향후 여성의 일자리 질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 1월 임금근로자 가운데 상용근로자의 비중은 남자의 경우 70.3%에 달하는 반면 여성은 52.2%에 그쳤다. 여성의 절반 가량이 임시근로자거나 일용근로자라는 의미다.

유치원에서 급식 일을 돕는 계약직 한모씨(50세)는 “둘째 아이를 낳기 전까지 은행원으로 일했지만 막상 아이들을 중학교까지 보내놓고 직장을 찾으려고 하니 마땅히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며 “마트 계산원이나 간병인처럼 단순 노동을 하는 일자리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에서 남녀 취업이 비슷하다가 가사와 육아 등으로 여성 취업은 단절이 일어난다”며 “50대가 되면 일자리를 찾아 다시 나오지만 주로 비정규직이나 파트타임으로 취업할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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